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한 주였다.

러시아 마피아 자금에 이어 IMF의 지원자금까지 퍼지면서 국제 돈세탁
문제가 꼬리를 물었고 동남아, 중남미 지역의 환투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주중 내내 달러화 약세현상이 지속됐다.

국제금리는 Y2K 문제에 대비한 세계 각국의 현금확보 경쟁으로 상승세가
유지되다가 주말 들어 고용지표의 둔화로 미국의 인플레 우려가 완화되면서
소폭의 하락세로 반전됐다.

이번주 국제금융시장의 최대관심사는 9일에 발표 예정인 2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다.

예상과 달리 "정의 성장률"이 나올 경우 엔화는 연내에 1백엔선도 가시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부의 성장률"이 예상되나 9월말 반기결산을 앞둔 일본기업들의
엔화 송금으로 엔고 추세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해지펀드들의 움직임도 눈여겨 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동남아와 중남미 일부, 터키, 남아공이 환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주중 IMF지원자금의 세탁설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러시아에서도 금융위기
우려감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기채시장에서 현금확보를 위한 채권발행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주 엔화는 1백 10엔, 유로화는 1.06달러선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리는 현안이었던 미국의 인플레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미국은 5.9~
6.0%, 독일은 4.9%, 일본은 1.8%대의 보합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것은 이번주에는 동일 지역내에 속한 국가간의 결속을 다지는 정상
회담이 많이 열린다.

오늘부터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아프리카 국가간의 경제협력과 분쟁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아프리카 단결기구(OSU) 특별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주말부터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APEC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회담전부터 APEC의 무용론,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의 불참으로 김이 빠진
상태에서 진행될 이번 회의에서는 출범 10년 평가와 향후 진로, 아시아 금융
위기 극복방안, APEC의 확대방안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다룰지 의문된다.

김대중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 참석하여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경제개혁
경험과 현황을 설명하고 APEC의 향후 진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개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오늘까지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일본, 호주, 홍콩, 싱가포르 4개국
금융담당자 회의에서 어떤 아시아 채권시장 육성방안이 모색될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주 중반 이후 대우 사태에 따른 후유증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는 원화 가치는 이번주에는 1천1백95원을 중심으로 상하 10원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의 주가조작, 재벌사전 상속문제에 따른 불안요인이 있으나 외국
자본의 이탈로 연결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최근의 엔고를 활용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국제유가와 국제금리가 상승국면에 놓여 있고 재정적자, 인플레
우려, 외환자유화로 정부의 정책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 재벌개혁이라는 명분은 인정되나 주가조작, 사전
상속 문제와 같은 외곽때리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져서는 엔고를 활용
하는데 한계가 있다.

조속한 시일내에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하고 흐트러진 시장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동시에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상품의 고도화와 같은 중장기적인
정책과제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