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화합 현장을 가다] '대선제분' .. '노사신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97년 11월.
밀가루 생산업체인 대선제분 노사는 단체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었다.
밀고 당기는 협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외환위기가 터졌다.
협상을 질질 끌다가는 노사가 공멸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노사 모두 서로 양보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단협은 조기에 마무리됐다.
외환위기는 회사에 "날벼락"이었다.
원료인 원맥(밀)을 전량 미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해 쓰기 때문이다.
9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익을 내던 이 회사는 환율이 치솟으면서 치명타를
당했다.
그해 17년만에 처음으로 18억원의 적자를 냈다.
IMF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해가 바뀌어 경제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봄.
어김없이 임금협상 시즌이 돌아왔다.
회사측에서 2.0% 인상안을 제시했다.
호봉제가 없었기 때문에 동종 업계의 호봉승급분 정도를 반영한 인상폭
이었다.
임금동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노조는 임금문제를 아예 회사에 맡겨왔다.
회사는 성과가 나면 보상하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사실상 "무교섭 임금협상 타결"이었다.
지난 58년 회사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작이 힘들 뿐 훌륭한 전통은 이어지게 마련.
올해도 "무교섭 타결"의 큰 원칙이 지켜졌다.
싸울 이유가 없었다.
노사 대표 3명 씩으로 실무위원을 구성, 두차례 회의를 했다.
1차 회의 때 회사측에서 7.0% 인상안을 내놨다.
이어 한달뒤 열린 2차 회의때 노조가 이 안을 수용했다.
노사협력이 밑거름이 돼 이 회사는 지난해 경제난 속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
의 이익을 냈다.
매출액 6백76억원, 순이익 1백14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약속대로 모든 직원에게 2백%의 특별 상여금을 지급했다.
참고 견뎌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들은 상여금은 커녕 임금마저 삭감하던 시절이었다.
이 회사는 요즘 노사간 최대 쟁점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도
절묘하게 해결했다.
사실 전체 임직원 1백34명, 노조원 1백명인 중소업체에서 전임자인 위원장의
임금문제는 노조에게 큰 부담이었다.
최노석 노조위원장이 회사측에 뜻밖의 제안을 했다.
과거 운송분야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회사업무와 노조위원장직을
겸직하겠다고 나섰다.
이럴 경우 전임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제안을 받은 회사측은 고민에 빠졌다.
차량보수는 연간 2억~3억원 가량이 들어갈 만큼 중요한 업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심 삼양사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만큼 배달사고라도 나면 업계에서
신뢰를 잃어 치명적이다.
회사는 고심 끝에 최 위원장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끝까지 믿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회사는 종업원 복지에도 남다른 힘을 쏟고 있다.
노사 양쪽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저축성보험을 모든 임직원에게 들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
암 등 질병은 물론 휴가중에 입은 부상도 보험처리가 되도록 했다.
퇴직하더라도 개인이 승계하도록 했다.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대선제분은 현재 국내 9개 제분회사중 가동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규모는 5위 정도지만 빚이 거의 없다.
이젠 첨담화에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
21세기를 대비해 정보관리 능력을 키우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
밀가루 생산업체인 대선제분 노사는 단체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었다.
밀고 당기는 협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외환위기가 터졌다.
협상을 질질 끌다가는 노사가 공멸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노사 모두 서로 양보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단협은 조기에 마무리됐다.
외환위기는 회사에 "날벼락"이었다.
원료인 원맥(밀)을 전량 미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해 쓰기 때문이다.
9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익을 내던 이 회사는 환율이 치솟으면서 치명타를
당했다.
그해 17년만에 처음으로 18억원의 적자를 냈다.
IMF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해가 바뀌어 경제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봄.
어김없이 임금협상 시즌이 돌아왔다.
회사측에서 2.0% 인상안을 제시했다.
호봉제가 없었기 때문에 동종 업계의 호봉승급분 정도를 반영한 인상폭
이었다.
임금동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노조는 임금문제를 아예 회사에 맡겨왔다.
회사는 성과가 나면 보상하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사실상 "무교섭 임금협상 타결"이었다.
지난 58년 회사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작이 힘들 뿐 훌륭한 전통은 이어지게 마련.
올해도 "무교섭 타결"의 큰 원칙이 지켜졌다.
싸울 이유가 없었다.
노사 대표 3명 씩으로 실무위원을 구성, 두차례 회의를 했다.
1차 회의 때 회사측에서 7.0% 인상안을 내놨다.
이어 한달뒤 열린 2차 회의때 노조가 이 안을 수용했다.
노사협력이 밑거름이 돼 이 회사는 지난해 경제난 속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
의 이익을 냈다.
매출액 6백76억원, 순이익 1백14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약속대로 모든 직원에게 2백%의 특별 상여금을 지급했다.
참고 견뎌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들은 상여금은 커녕 임금마저 삭감하던 시절이었다.
이 회사는 요즘 노사간 최대 쟁점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도
절묘하게 해결했다.
사실 전체 임직원 1백34명, 노조원 1백명인 중소업체에서 전임자인 위원장의
임금문제는 노조에게 큰 부담이었다.
최노석 노조위원장이 회사측에 뜻밖의 제안을 했다.
과거 운송분야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회사업무와 노조위원장직을
겸직하겠다고 나섰다.
이럴 경우 전임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제안을 받은 회사측은 고민에 빠졌다.
차량보수는 연간 2억~3억원 가량이 들어갈 만큼 중요한 업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심 삼양사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만큼 배달사고라도 나면 업계에서
신뢰를 잃어 치명적이다.
회사는 고심 끝에 최 위원장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끝까지 믿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회사는 종업원 복지에도 남다른 힘을 쏟고 있다.
노사 양쪽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저축성보험을 모든 임직원에게 들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
암 등 질병은 물론 휴가중에 입은 부상도 보험처리가 되도록 했다.
퇴직하더라도 개인이 승계하도록 했다.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대선제분은 현재 국내 9개 제분회사중 가동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규모는 5위 정도지만 빚이 거의 없다.
이젠 첨담화에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
21세기를 대비해 정보관리 능력을 키우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