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한생명 판결이 남긴 것 .. 이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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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봉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
법원이 금융감독위원회의 대한생명 감자결정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부당하다는 판결을 지난달 31일 내렸다.
이번 판결은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과 최순영
회장측이 독자적인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판결이 나오던 날 우연히도 서울은행에 대한 해외매각협상이 결렬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두가지 사실은 그동안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금융구조조정이 전반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궁에 빠진 정부의 대한생명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 세 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파나콤이 13억달러를 투자하고 5백억원의 증자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과연 최순영 회장측이 정부의 구조조정방안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의문을 증폭시키는 것은 파나콤이 증자 대금 5백억원을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고 납입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입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파나콤은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투자의지를 천명했던
터다.
하지만 파나콤의 원래 의도가 무엇이었든간에 파나콤은 대한생명에 투자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가장 중요한 시점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정책만 방해한 꼴이 되고 말았다.
파나콤의 행동은 외국인투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혼란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선 외국인투자의 긍정적인 측면만이 강조됐다.
물론 최근 대한투자신탁을 인수키로 한 리젠트퍼시픽그룹처럼 다수의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뉴욕증시에 상장시켜 선진국형
전문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경영비전을 갖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한생명의 파나콤 사례는 외국인투자자의 이익이 정부정책과
극명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런 경우 정부가 정책 목표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 어떻게 대한생명 이사회가 실체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파나콤
측에 선뜻 회사를 내맡기겠다고 쉽게 결정할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생명보험회사는 성장 과정이 일반 제조기업과는 크게 다르다.
수많은 보험가입자를 기반으로 생보사들이 성장했다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
한다면, 생보사 경영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했던 것은 보험가입자에 대한
공익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생명 이사회는 회사 운명을 자본력과 투자의지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파나콤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 의문은 이사회 결정이 최순영 회장 1인의 뜻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풀리기는 한다.
그러나 생명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대한생명도 주식회사이다.
이사회 결정은 주식회사제도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생보사의 공익성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그에 맞는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이 부여됐어야 했다고 본다.
생보사에는 일반 기업과 다른 기업지배구조 원칙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셋째, 금감위의 미숙한 구조조정 추진에 대한 의문이다.
금감위는 삼성자동차의 부실처리 과정에서는 주주의 유한책임을 넘어서
부실채권의 변제까지 추궁했다.
그러나 이번 대한생명 처리에서는 손실보전의 책임은 고사하고 절차상
미숙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주주의 유한책임마저도 추궁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지적이다.
금감위는 대한생명 주주의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는 감자결정 과정에서 기존
주주에게 통지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감자조치가 아무리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
다 하더라도 그 형식과 절차에서는 법적 요건을 갖춰야 했다.
이런 과정을 소홀히 함으로써 최순영 회장측이 정부의 구조조정방안에
문제를 제기하도록 한 것은 금감위가 미숙했던 탓이다.
이번 대한생명 감자결정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앞만 보고 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줬다고
본다.
외국인투자유치를 통한 구조조정의 또 다른 일면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금융기관 지배구조 개혁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켜준 계기도 됐다.
무엇보다 아무리 시급한 구조조정이더라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런 교훈을 토대로 정부가 앞으로 산적한 구조조정 숙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
<> 필자 약력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박사
<>논문:외국인투자유치정책의 국제적 성공사례와 시사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
법원이 금융감독위원회의 대한생명 감자결정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부당하다는 판결을 지난달 31일 내렸다.
이번 판결은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과 최순영
회장측이 독자적인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판결이 나오던 날 우연히도 서울은행에 대한 해외매각협상이 결렬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두가지 사실은 그동안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금융구조조정이 전반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궁에 빠진 정부의 대한생명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 세 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파나콤이 13억달러를 투자하고 5백억원의 증자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과연 최순영 회장측이 정부의 구조조정방안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의문을 증폭시키는 것은 파나콤이 증자 대금 5백억원을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고 납입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입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파나콤은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투자의지를 천명했던
터다.
하지만 파나콤의 원래 의도가 무엇이었든간에 파나콤은 대한생명에 투자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가장 중요한 시점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정책만 방해한 꼴이 되고 말았다.
파나콤의 행동은 외국인투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혼란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선 외국인투자의 긍정적인 측면만이 강조됐다.
물론 최근 대한투자신탁을 인수키로 한 리젠트퍼시픽그룹처럼 다수의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뉴욕증시에 상장시켜 선진국형
전문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경영비전을 갖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한생명의 파나콤 사례는 외국인투자자의 이익이 정부정책과
극명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런 경우 정부가 정책 목표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 어떻게 대한생명 이사회가 실체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파나콤
측에 선뜻 회사를 내맡기겠다고 쉽게 결정할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생명보험회사는 성장 과정이 일반 제조기업과는 크게 다르다.
수많은 보험가입자를 기반으로 생보사들이 성장했다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
한다면, 생보사 경영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했던 것은 보험가입자에 대한
공익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생명 이사회는 회사 운명을 자본력과 투자의지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파나콤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 의문은 이사회 결정이 최순영 회장 1인의 뜻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풀리기는 한다.
그러나 생명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대한생명도 주식회사이다.
이사회 결정은 주식회사제도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생보사의 공익성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그에 맞는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이 부여됐어야 했다고 본다.
생보사에는 일반 기업과 다른 기업지배구조 원칙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셋째, 금감위의 미숙한 구조조정 추진에 대한 의문이다.
금감위는 삼성자동차의 부실처리 과정에서는 주주의 유한책임을 넘어서
부실채권의 변제까지 추궁했다.
그러나 이번 대한생명 처리에서는 손실보전의 책임은 고사하고 절차상
미숙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주주의 유한책임마저도 추궁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지적이다.
금감위는 대한생명 주주의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는 감자결정 과정에서 기존
주주에게 통지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감자조치가 아무리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
다 하더라도 그 형식과 절차에서는 법적 요건을 갖춰야 했다.
이런 과정을 소홀히 함으로써 최순영 회장측이 정부의 구조조정방안에
문제를 제기하도록 한 것은 금감위가 미숙했던 탓이다.
이번 대한생명 감자결정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앞만 보고 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줬다고
본다.
외국인투자유치를 통한 구조조정의 또 다른 일면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금융기관 지배구조 개혁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켜준 계기도 됐다.
무엇보다 아무리 시급한 구조조정이더라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런 교훈을 토대로 정부가 앞으로 산적한 구조조정 숙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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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박사
<>논문:외국인투자유치정책의 국제적 성공사례와 시사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