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포크와 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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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가 1년전 단행했던 외국자본 유출금지 조치가 1일 풀린다.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해 취했던 조치는 당연히 갖고 나갈 수 있는 돈을 못
나가게 막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이나 마찬가지였다.
국제시장은 이제 외자가 얼마나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갈지에 관심을 둔다.
대개는 이탈금액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설사 일시적으로 자금이탈이 몰린다해도 말레이시아 경제는 이를 감당할
만큼 튼튼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한때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부러워했다.
새마을운동을 말레이시아 농촌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말레이시아는 그만큼 가난했으며 특히 말레이 민족은 4백년이 넘는 제국주의
수탈의 역사를 꾸려왔다.
70년대초 콸라룸푸르증시에 상장된 기업자산중 약 60%가 외국계의 몫이었다.
그나마 나머지 대부분도 중국계 말레이시안들의 것이었고 순수 말레이인들은
고작 2%를 차지하고 있었다.
열악했던 상황에서 말레이인들의 몫을 30%로 끌어올린 것은 누가 뭐라해도
마하티르의 공적이다.
왜 시장개방에 적극적이지 않으냐는 주장이 말레이시아에서 그리 공감을
얻기 힘든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지난 2~3년간 국제사회에서 마하티르 총리는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기 두달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조지 소로스를 지목했다.
소로스와 그로 대표되는 국제투기자금들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를 계기로 마하티르와 서방과의 소원했던 관계는 아예 상종 못할 관계로
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투기자본의 이동을 막아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제 국제사회는 "IMF가 유일한 길"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투기자본의
규제방안을 찾고 있다.
마하티르는 IMF와 등지는 길을 걸었지만 개혁을 부정하진 않았다.
오히려 IMF프로그램 이상의 가혹한 개혁을 자발적으로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58개 금융기관의 통폐합을 지시했다.
기업지배(Corporate Governance) 규정도 앞서 만들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마하티르의 주장은 "세상이 모두 양식을 즐기는데 우리라고 이를 거부하진
않는다. 다만 포크가 손에 익숙지 않으니 다른 도구를 찾아보겠다"는 논리
였다.
그를 이상하게 본 것은 포크를 쓰는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서방자본과 언론
이었는지도 모른다.
< 박재림 국제부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일자 ).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해 취했던 조치는 당연히 갖고 나갈 수 있는 돈을 못
나가게 막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이나 마찬가지였다.
국제시장은 이제 외자가 얼마나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갈지에 관심을 둔다.
대개는 이탈금액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설사 일시적으로 자금이탈이 몰린다해도 말레이시아 경제는 이를 감당할
만큼 튼튼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한때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부러워했다.
새마을운동을 말레이시아 농촌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말레이시아는 그만큼 가난했으며 특히 말레이 민족은 4백년이 넘는 제국주의
수탈의 역사를 꾸려왔다.
70년대초 콸라룸푸르증시에 상장된 기업자산중 약 60%가 외국계의 몫이었다.
그나마 나머지 대부분도 중국계 말레이시안들의 것이었고 순수 말레이인들은
고작 2%를 차지하고 있었다.
열악했던 상황에서 말레이인들의 몫을 30%로 끌어올린 것은 누가 뭐라해도
마하티르의 공적이다.
왜 시장개방에 적극적이지 않으냐는 주장이 말레이시아에서 그리 공감을
얻기 힘든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지난 2~3년간 국제사회에서 마하티르 총리는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기 두달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조지 소로스를 지목했다.
소로스와 그로 대표되는 국제투기자금들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를 계기로 마하티르와 서방과의 소원했던 관계는 아예 상종 못할 관계로
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투기자본의 이동을 막아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제 국제사회는 "IMF가 유일한 길"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투기자본의
규제방안을 찾고 있다.
마하티르는 IMF와 등지는 길을 걸었지만 개혁을 부정하진 않았다.
오히려 IMF프로그램 이상의 가혹한 개혁을 자발적으로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58개 금융기관의 통폐합을 지시했다.
기업지배(Corporate Governance) 규정도 앞서 만들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마하티르의 주장은 "세상이 모두 양식을 즐기는데 우리라고 이를 거부하진
않는다. 다만 포크가 손에 익숙지 않으니 다른 도구를 찾아보겠다"는 논리
였다.
그를 이상하게 본 것은 포크를 쓰는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서방자본과 언론
이었는지도 모른다.
< 박재림 국제부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