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신당창당과 비교되길 거부합니다. 여당의 신당창당은 "3김정치"의
틀에서 포장만 바꾸는 것이고 한나라당의 제2창당은 중산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실용적인 정치를 실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3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아 이처럼 말을 꺼냈다.

한나라당의 "제2창당"이 국민회의의 "신당창당"을 뒤따라하는게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이처럼 반박한 것이다.

그는 "중산층과 소외계층을 껴안자는 주장은 지난해 8월 취임당시부터 당의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해온 것"이라며 중산층과 소외계층이 국민회의의 전유물
이 아니라는 설명도 곁들었다.

그는 지난해 취임부터 "새로운 정치의 실현"을 약속했고 지금도 "국민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그가 취임 1주년을 평가하며 내놓은 말은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그르다"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게 아닌가
해서다.

그가 그토록 "3김식 정치행태"를 반대하면서도 "편가르기" 하는데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벌개혁에 대한 이 총재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밝힌 재벌개혁에 대해 이 총재는 "색깔이
뭐냐"며 과민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물론 재벌개혁을 반대하지 않으며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방법은 <>경영 투명성 확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부채비율 감축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대동소이하다.

이 총재가 국가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소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총재는 지난 8.15 경축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반면 민간업체가 주최한
테니스 경기에는 "친척의 부탁"을 이유로 참석하는등 공사를 구분못하고
"속좁은"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전날 국민회의 중앙위원회 행사에서도 과거 전례에 비춰볼때 사무총장
정도는 참석시키는게 정치도의라는 의견이다.

어쨌든 아마추어인 이 총재가 "정치9단"이 즐비한 정치판에 뛰어들어 유일
야당의 총재로 자리매김한 것에 대해서는 기대이상이라는 평가다.

때마침 정부에서 세풍수사를 종결키로 해 이 총재의 "원초적 부담" 하나는
덜게 됐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새 정치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집권세력의 야당파괴로 새 정치를 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변명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이 총재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