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한 노조위원장 ]

얼마전까지 IMF 관리체제에 따른 경제위기로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부도설과 함께 공중분해설까지 나돌았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상여금 반납과 임금동결을 결정한 것도 그래서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회사측에 알리자 사장도 회사 사정을 진솔하게 밝혔다.

노사간에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서로 솔직해져야 한다.

사실 강성 노조일수록 조합원에게는 인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도 그런 유혹을 받았다.

특히 주위에서 노조가 약하다고 얘기할 때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우리 공장은 껌이나 과자를 만드는 공장과는 다르다.

위험물인 화약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파업이나 과격한 시위가 자칫 대형사고
로 이어질 수 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갈 수도 있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분규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유지돼왔다.

앞으로도 공생공존의 노사관계를 유지해 가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