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동안 우리나라 금융은 대우가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지속하고 시중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투신사
수익증권에 대한 환매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것 등은 대우 문제 때문에
비롯된 측면이 많다.

대우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위험이 점증하고 있어 대우의 부실문제는 이미
실물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는 대우의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대우의 부실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조정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시간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대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 및 영업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대우의 부실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대우 부실을 조기에 제거하고 금융시장에
팽배한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우의 구조조정 방안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내용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불과 며칠 전에 체결된 채권단과 대우간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약정의 기본체계는 과거와 별로 다를 바 없다.

즉, 새로운 약정도 계열사 해외매각 등 대우의 자구노력을 일단 기다려보고
목표시한 내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채권단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하겠
다는 형태로 되어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약정체계는 대우의 자구노력이 실패할 경우 구조조정이 또다시 최소
수개월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우에 대한 만기연장 시한이 불과 6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개월의 시간낭비는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대우 문제로 인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구조조정이 지연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대우의 계열사 해외매각이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대우로서는 계열사 해외매각 관련 협상에 있어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대우는 수요자시장(buyer''s market) 에서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이는 곧 계열사 매각이 지연될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조기매각을 위해 낮은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저가매각에 따른 대규모
손실은 결국 채권단에게 돌아갈 것이다.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대우의 자구노력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채권단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채권단들이 투명한 손실분담 원칙에 따라 채무조정 및 출자
전환 등을 우선 추진한 후 계열사 해외매각에 나서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순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이 이루어질 경우 대우의 회생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면서 한층 유리한 조건에서 매각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대우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은 투신사환매사태의 근본적인 예방은
물론 대우와 협력업체의 자금난을 완화함으로써 실물경제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우의 구조조정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인 동시에 "시장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의 기대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맞는 구조조정 해법이 제시되어야만
대우의 회생을 이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대우와 채권단은 구조조정 방안이 성공할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초기에 이끌어냄으로써 시장을 우군으로 삼는 것이 전체 구조조정 과정을
통하여 최대의 관건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며 우리는 이미 흘러간 시간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시장 의 신뢰는 시장의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임으로써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물론 어렵고 힘든 싸움인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기회는 있다.

마지막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대우와 채권단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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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