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뉴욕주 상원의원직을 노리는 부인 힐러리를 위한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해 둘의 학창시절 러브 스토리까지 공개하는 등 열성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지난 20일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서 열린
한 모금행사에서 예일대학 법학과 재학시절 힐러리를 처음 만난 과정을
들려줬다.

이날 모인 지지자들이 1인당 식사비로 지출한 돈은 자그마치 1천 달러.

행사 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예일대 재학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직후 같은 과에서 발견한 힐러리 여사가 "흥미롭고 매력있어 보이는 여성
이어서 강의실밖까지 쫓아갔다"고 회상했다.

그날 힐러리의 바로 뒤까지 접근했으나 연애는 "골치 아픈 일"이라는
생각에 말한마디 건네지 않고 돌아섰으며 그후 2~3주 동안 "몰래 살피기"만
반복했다고.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 한쪽 편에서 책과 씨름하던 힐러리가 책을 탁 덮고
걸어오더니 "이봐요. 당신은 수주일 동안 내게 시선을 보냈고 나도 당신을
바라봤죠. 그러니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고 지내는 게 어때요"라고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힐러리가 통성명하자고 제의했을 때 "내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고 농담을 던져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클린턴은 "지난 73년 두 사람이 2년이 넘게 데이트를 하면서 힐러리가
대도시에서 변호사로 활약할 것인지 아니면 나를 따라 아칸소주로 갈 것인지
의 문제가 제기됐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심 힐러리가 나를 따라와 주기를 바랬으나 공직자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그녀의 인생을 빼앗는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였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또 "(힐러리가)오늘날 하고 있는 일은 나라를 위해서나 그녀 자신의
잠재력 개발을 위해서나 그때부터 할 수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녀가 지금이라도 그때 그 일을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행사를 통해 약 1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고성연 기자 amazing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