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재벌개혁 칭찬 미국의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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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류 언론과 월가 금융기관들이 요즘 경쟁이라도 벌이듯 한국을
추켜세우고 있다.
대우그룹 해체를 결정한 한국 정부의 결단에 대해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7일자에서 1면 톱으로 대우 해체를 심층
해설한데 이어 한국의 이정표(milestone)라는 제하의 사설까지 곁들여 한국
정부의 재벌 정책을 극구 칭찬했다.
심지어 대우그룹을 해체키로 한 결정이 8.15 광복절과 맞물려 발표된 점을
들어 정부의 이번 결단은 한국 역사에 있어서 광복에 못지않은 기념비적
이정표라는 의미까지 부여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날에도 이어져 18일 뉴욕 타임스와 LA 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이 약속이나 한 듯 대우 해체를 사설로 다루며 한국 재벌 두들기기를
계속했다.
그 중에는 한국은 비효율적인 재벌들이 경제를 수십년간 지배해왔다든가
재벌들은 자신들의 효용성보다 오래 살아남아 왔다는 등의 매도와 독설도
들어 있다.
논리로 따지자면 이런 지적에 대해 시비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적지않은 재벌들이 경제논리를 외면한 채 정치권력과의 야합을 등에 업고
부실을 확대재생산해 왔다는 원죄를 안고있다.
하지만 뉴욕에 나와있는 한국계 전문가들중에 미국의 언론과 상업적
금융기관들이 이런 충정으로 한국의 재벌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반도체 자동차 가전 조선 철강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생산 기술과 규모로
무장한 한국의 대기업 집단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 기업들로부터
무시할 수 없는 경원의 대상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세계 시장이 글로벌 무한 경쟁의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통신 자동차
전자 등 대부분 분야의 기업들이 대규모 합병(M&A)에 다투어 나서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세계 경제의 새 흐름이다.
많은 논란을 야기하기는 했지만 일본계 재미 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가
현 한국 정부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말 잘듣는 모범생으로 칭찬받는 것에
현혹돼서는 안된다며 산업정책의 부재를 지적했던 것은 되새길 만한 가치가
충분한 충고라고 생각된다.
잘못된 재벌의 구태야 천만번 수술해야 마땅하지만, 그 결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대기업 시스템을 송두리째 결딴낼 경우 미소지을 사람들이
누구일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
추켜세우고 있다.
대우그룹 해체를 결정한 한국 정부의 결단에 대해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7일자에서 1면 톱으로 대우 해체를 심층
해설한데 이어 한국의 이정표(milestone)라는 제하의 사설까지 곁들여 한국
정부의 재벌 정책을 극구 칭찬했다.
심지어 대우그룹을 해체키로 한 결정이 8.15 광복절과 맞물려 발표된 점을
들어 정부의 이번 결단은 한국 역사에 있어서 광복에 못지않은 기념비적
이정표라는 의미까지 부여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날에도 이어져 18일 뉴욕 타임스와 LA 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이 약속이나 한 듯 대우 해체를 사설로 다루며 한국 재벌 두들기기를
계속했다.
그 중에는 한국은 비효율적인 재벌들이 경제를 수십년간 지배해왔다든가
재벌들은 자신들의 효용성보다 오래 살아남아 왔다는 등의 매도와 독설도
들어 있다.
논리로 따지자면 이런 지적에 대해 시비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적지않은 재벌들이 경제논리를 외면한 채 정치권력과의 야합을 등에 업고
부실을 확대재생산해 왔다는 원죄를 안고있다.
하지만 뉴욕에 나와있는 한국계 전문가들중에 미국의 언론과 상업적
금융기관들이 이런 충정으로 한국의 재벌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반도체 자동차 가전 조선 철강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생산 기술과 규모로
무장한 한국의 대기업 집단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 기업들로부터
무시할 수 없는 경원의 대상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세계 시장이 글로벌 무한 경쟁의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통신 자동차
전자 등 대부분 분야의 기업들이 대규모 합병(M&A)에 다투어 나서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세계 경제의 새 흐름이다.
많은 논란을 야기하기는 했지만 일본계 재미 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가
현 한국 정부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말 잘듣는 모범생으로 칭찬받는 것에
현혹돼서는 안된다며 산업정책의 부재를 지적했던 것은 되새길 만한 가치가
충분한 충고라고 생각된다.
잘못된 재벌의 구태야 천만번 수술해야 마땅하지만, 그 결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대기업 시스템을 송두리째 결딴낼 경우 미소지을 사람들이
누구일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