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에 관한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조차 분식회계가
횡행하고 있다.

이로인해 조작된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입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마침내 미국 증권 당국이 "분식회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미국 경제전문잡지인 포천지는 최근호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합병 붐을 틈타
실적을 부풀리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났거나 혐의를 받고있는 기업중에는 뱅커스트러스트
모토롤라 매키슨 등 쟁쟁한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실적이 좋으면 최고경영자(CEO)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반면
실적이 나빠지면 가차없이 해임되는 미국의 기업풍토 때문에 최고경영자들은
분식회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고 포천지는 지적했다.

뱅커스트러스트는 90년대 중반 고객에게 돌아가야할 수익금을 은행의 이익인
것처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63억달러의 벌금을 냈다.

당시 CEO였던 찰스 샌포드는 분식회계 연루의혹을 받고 있다.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모토롤라도 연구개발비 처리과정에서 분식사실이
드러나 9천9백만달러의 벌금에 처해졌다.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는 구조조정이나 합병과정에서 비용을 조작해
실적을 부풀리거나 유보금을 이익 확대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고나 매출전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부풀리는
경우가 전체 분식사례의 절반이나 됐다.

올초 매키슨-로빈슨과 합병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HBOC는 합병뒤 매출조작
사실이 밝혀져 수난을 겪은 대표적 사례다.

HBOC는 합병전까지만해도 월가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었으나 결국 분식을 통한 허위 실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합병사인 매키슨HBOC의 기업가치는 하루아침에 90억달러나
떨어졌다.

기업의 실적발표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이다.

HSF와 센던트가 합병해 탄생한 CUC인터내셔널은 95년부터 3년간 세전영업
이익을 5억달러나 부풀렸다.

이익의 3분의 1이상을 부당하게 허위조작한 것이다.

게다가 CEO였던 월터 포브스의 개인전용 비행기에 들어간 60만달러의
비용을 합병적립금에서 헐어 비용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체인업체인 라이트 에이드, 모토롤라, 에너지그룹인 MCN 등은 합병이나
구조조정과정에서 해직수당이나 공장폐쇄에 따른 손실금등을 부당하게 처리,
실적을 조작했다.

이처럼 분식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가 소매를 걷고 나섰다.

아서 레빗 SEC회장은 종전에는 분식회계로 분류하지 않던 일부 변칙회계
기법도 분식회계 간주,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5개 유형의 대표적인 변칙회계 기법을 예시,사안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고 최고경영자를 고발조치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가 예로 들은 유형은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비용조작 <>취득원가 조작
<>충당금 조작 <>중요성의 원칙 남용 <>매출액 조작 등이다.

또 이같은 유형 외에도 의도적으로 장부를 조작한 것이 드러나면 모두
분식회계에 준하는 규제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동안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던 미미한 "숫자조작"
에도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그는 "실적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경영자들이 스스로 분식회계를 포기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근본적인 기업문화가 바뀔 때까지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