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출한 김종필 총리 해임건의안은 여야가 본회의 처리에 앞서
의안 처리순서를 놓고 격돌, 처음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첫번째 안건으로 해임건의안을 다뤄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마지막
안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여권의 입장이 본회의 직전까지 팽팽히 맞섰다.

여야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박준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마지막 안건
으로 상정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김 총리는 내각제 약속을 지키지
않은데다 총리로서의 자질등이 의심스러우며 잇따른 수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소속 의원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의석을 떠나지 않고
해임건의안에 대한 투표를 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이날 해임건의안은 부결처리됐다.

이로써 헌정사상 4번째로 제출된 "총리 해임건의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과거 정일권(66년6월) 황인성(93년5월) 이영덕(94년 10월) 전총리에 대한
총리해임건의안이 제출된 적이 있으나 모두 부결됐다.

또 국회법에 따라 총리 사퇴권고결의안 등도 7차례 제출됐으나 모두
법사위나 운영위에서 부결됐다.

6공화국때 노신영 유창순 전 총리가 그 대상이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당초 <>표결은 하되 투표에 참석하지 않거나 <>다른
안건이 모두 처리된 뒤 해임건의안만 남겨놓은 채 모두 퇴장하는 방안 등을
강구했었다.

그러나 농협 축협 인삼협 통합을 주내용으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안의
통과를 위해 의결정족수를 채워야 하는 입장이어서 결국 투표에 불참하는
방법을 택했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부결되자 국민회의 박상천 원내총무는 "애당초 총리로서
가 아닌 자민련 명예총재로서 한 일이므로 해임건의사유가 없었다"면서
"총리해임건의안의 처리는 자민련의 의견을 존중해 처리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과거 세차례 총리 해임건의안도 모두 상정의안
중에 가장 먼저 처리했다"며 "여당이 투표에 불참한 것은 당당치 못한 것이며
의회정치를 짓밟는 행위"라고 여권을 비난했다.

<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