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서 S사를 경영중인 이종문 사장은 가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티셔츠 원단을 가공, 중남미 및 러시아 등에 수출하는 중소제조
업체.

드라이와 텐타라는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로 여름철만 되면 작업장은
사우나탕을 방불케 한다.

이로인해 7월이후에만 근로자 8명이 그만두었다.

하루 식사를 세번 다 무료로 주고 월급이 90만원(보너스 3백% 별도)인 데도
그렇다.

남은 인력은 38명.

일감이 밀려 인력 충원이 시급하지만 이 사장은 포기했다.

최근 이 공장에 실습을 나온 B전문대 실습생 4명은 단 하루 출근한 뒤 그
다음날부터 나타나지 않았다.

노숙자도 써보았지만 몇시간도 버티지 못했다.

이 사장은 요즘 공장을 옮기기 위해 김포 포천 등에서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부천에선 더이상 사람을 채울 수가 없어서다.

경기가 호전되면서 취업이 되살아나기 시작하자 3D업종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근로자의 잦은 이직으로 공장을 정상가동하기 조차 힘들 정도다.

이에따라 정부는 뒤늦게나마 상시인력부족 업체에 대한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

외국인연수생을 추가로 배정하든지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완화해 주는
등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실태 = 타이어제조업체인 부산 C사의 근로자는 1백70여명.

근로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매당 10여명이 그만둔다.

입사한지 3~4개월 째가 고비다.

그래서 매달 구인광고를 내 사람을 쓰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인천의 금속제조업체인 K사는 지난 6월 지방노동관서에 프레스 직공 5명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직장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더러 있었지만 프레스를 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2개월이 다 됐지만 아직 1명도 충원하지 못했다.

이같은 현실은 통계로 나타난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6월중 근로자를 5명이상 고용한 3백인미만 제조업체
9백 34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인력 부족율이 4.0%로 집계됐다.

98년 하반기의 1.89%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IMF사태가 나기 직전인 97년의 4.45%에 근접한 기록이다.

업종별로는 섬유 모피 고무 플라스틱 금속 등 3D업종일수록 심했다.

기협중앙회 인력정보센터에 지난달 구직을 신청한 사람은 1백61명이었지만
기업들의 인력요청(구인자수)은 2백9명에 달했다.

구인자가 구직자 수를 앞선 것은 벌써 6개월 째다.

실직자들이 직장이 없어도 근로환경이 열악한 곳 보다는 차라리 쉬엄쉬엄
일하는 공공근로 현장을 찾는다는 게 인력관리자들의 얘기다.

일부 기업에서는 외국인연수생이 돌아간뒤 인력을 보충하지 못해 불법체류
자를 쓰다가 벌금을 물기도 했다.

<>대책 = 노동부는 3D업종에서 일할수 있는 실업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취업을 알선해준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별다른 기능이 없거나 단순노무직 출신의 실업자, 긴급히 취직을
희망하는 생계곤란자 등을 3D업종 취업가능자로 별도로 선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근로자 충원에 나섰으나 4주가 넘도록 사람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
을 "3D업종 구인관리대장"에 기록, 특별 관리키로 했다.

개별 방문을 통해 구인업체의 상황을 파악한 뒤 구인조건이 현실과 거리가
있을 경우 조정을 권유키로 했다.

고용관련 전산망인 워크넷에 상시인력부족업체를 위한 구인게시판도 설치할
에정이다.

중소기업청은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중소기업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근로자 1명을 대체할 때마다 매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차 추경예산에서 2백11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약간의 경비지원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력시장이 차별화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근로자 등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