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 투자자금 유입이 더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종합화학 현대석유화학의 대산단지 통합법인에 대한
지분참여를 검토해온 일본 미쓰이물산은 당초 예상했던 투자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천억원 정도를 출자하겠다는 뜻을 구두로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5월 통합법인이 발족할 당시
미쓰이가 50%이상의 지분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쓰이측은 특히 출자 조건으로 채권단도 5천억원 이상의 부채를 출자전환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주주간 상호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유화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유화통합추진본부 관계자는 "10일께 미쓰이가 최종 투자제안서를 제출하면
본격적인 투자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자산가치 평가에서 워낙 큰 차이가 나
원만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합추진본부 기준 본부장은 미쓰이측의 의뢰로 진행된 KPMG의 실사 결과
양사의 자산가치가 ADL이나 세동측이 평가한 양사 자산가치(2조1천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중 주주사간 최종 외자도입계약을 맺기로 했던 당초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의 일본자금 유치도 이렇다할 협상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종합상사 관계자는 "애초에 일본 기업들은 대우
조선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적극 고려치 않았는데 한국에 그렇게 얘기가 퍼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몸집줄이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국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통합법인
등에 투자를 검토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종합상사인 닛쇼이와이도 삼성물산 주택재개발 사업에 약 3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연초부터 긴밀한 협상을 벌여왔으나 최근 흐지부지됐다.

삼성측은 양사간 투자조건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해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강관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 인수를 지난해말부터 검토해온 마루베니
도 최종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강관은 현재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밝히고 있지만 최종 계약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가 터진 후 한국시장 개방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이 미국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는 한국투자를 저지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적극 고려했지만 최근 들어 투자열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고도기술을 수반한 소규모 투자는 여전히
활발한 편이라고 밝혔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