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억류사건 이후 중단됐던 현대의 금강산 관광이 5일부터 재개됐다.

45일만에 금강산 관광선이 다시 출항하게 된 것이다.

꾸준한 남북경협의 진전이 남북관계 개선의 지름길이라는 측면에서는 잘된
일이지만 관광객의 신변안전보장에 대한 더욱 철저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불만스럽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진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말
불만스러운 것은 정부의 태도다.

그동안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너무 확대 해석했고, 지나치게 과대선전
해왔다.

햇볕정책의 가시적 성과에 너무 조급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태도가 정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사실 "관광세칙"의 문제점은 처음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때부터 지적됐다.

그때 정부는 북한의 신변보장각서를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꼼꼼히 검토하려는 마음보다는 새 정부가
채택한 햇볕정책의 효과를 서둘러 실례로서 보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하기는 무리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추진력과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가 외화의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북한당국을 상대로 해 성사시킨 사업이다.

정부가 한 일이라면 사업상담을 위한 대기업 총수의 북한 방문을 허용한
것뿐이다.

이것을 가지고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선전하는 것은 낯 간지러운 일이다.

예컨대 정부가 기존의 규제를 없애고 벤처기업 설립 자유화조치를 취했다고
하자.

그래서 어느 기업가가 기업을 만들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자.

이는 그 기업가의 노력과 모험의 성과인 것이지, 자유화조치의 성과라고
정부가 선전하기는 무리인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로 그 벤처기업가가 실패했을 경우 정부는 과연 자유화 조치가 실패
했다고 인정할 것인가.

어쨌든 정부가 안전장치라고 내세운 바로 그 각서가 그대로 존재함에도
억류사건은 발생했다.

관광세칙도 정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허용할 당시의 그 관광세칙 그대로
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관광 세칙의 문제점을 열거하면서 신변안전에 대한 당국간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부는 스스로 입장을 바꾸었다.

그러나 북한이 당국간 장치 마련에 호응할리가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정부도 이를 몰랐을리가 없다.

다만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선전해 온 정부로
서는 사업이 마냥 표류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현대가 어느정도 개선책을 이끌어냈고, 정부는 입장을 바꿔 재개를
허용했다.

스스로의 자랑에 발목을 잡힌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햇볕정책은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임에 틀림없다.

대북 강경책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지난 시절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또 북한의 붕괴에 의한 통일보다는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북한을 포용하는 햇볕정책은 우리가 필수적
으로 선택해야 할 정책이다.

따라서 새 정부가 햇볕정책을 대북정책의 근간으로 설정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렇듯 햇볕정책 또한 남북경협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인프라이자 환경일 뿐이다.

정책은 그 자체가 사업이 아니며, 정부 자신은 기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은 일관성을 지녀야 하며, 정부는 성과에 조바심을 내선
안된다.

처음부터 확실한 신변보장이 없이는 관광을 허용할 수 없다든지, 아니면
다소 우여곡절은 있더라도 지속적인 경협만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어야 한다.

이쪽 저쪽의 입장을 오가면서 여론에 밀려 당국간 제도적 장치라는 현실성
없는 대책을 제시하고 다시 철회하는 것은 최악의 정책이다.

대북정책은 대내정책보다 어려운 것이다.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상대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북한이다.

따라서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국민의 여론에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론을 조성하고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우리 내부적으로 정부와 국민이 일치될 때만이 대북정책은 힘을 얻을 수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차분하게 일관성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지,
성과에 집착하면서 선전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다.

< dhjo@ kdiux.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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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
<>헝가리 사회과학원 산하 세계경제연구소 초빙연구원 역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