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이후의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경제체제는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중앙집중적 통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동적이며 탄력적인 가격기구가 작동하여 공급을 수요에 맞추고 생산을
소비에 맞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전적 견해는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 사실은 바로 기업이라 불리는 조직의 존재이다.

생산이 가격의 움직임에 의해 조절된다면 생산은 어떤 조직도 필요로 하지
않을텐데 왜 조직이 존재하는가.

이것이 바로 코스의 질문이며 그를 노벨경제학 수상자로 만든 두 논문중
하나의 주제이다.

코스에게 노벨경제학상이 수여된 것은 1991년, 이때 그의 나이는 80세였다.

그리고 수상 이유로 지목된 두 논문중 하나인 "기업의 본질"이 발표된 것은
1937년, 그의 나이 26세 때였다.

이 논문의 시작은 그의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런던경제학부에서 수학하던 그는 1931~32년 여행장학금을 받아 미국의
여러 기업을 방문했는데 이때 작성한 보고서가 몇년 후 "기업의 본질"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출판이 늦어진 것은 졸업 후 여러 대학의 강의를 맡으면서 시간에 쫓겼기
때문이라고 그의 자서전에 적혀 있다.

그는 1935년부터는 런던경제학부에서 강의했다.

코스는 1951년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정했고 1959년에는 버지니아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같은 해 통신산업에 관한 논문을 시카고대학이 발행하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시카고대학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그들은 코스의 일부
주장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1960년 코스는 시카고대학에 발표자로 초청됐는데 이 세미나는 그 후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코스 외에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러와 프리드먼도 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리고 스티글러는 이 세미나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세미나의 결론은 코스가 옳다는 것이었다.

프리드먼은 만세를 부르며 코스에 동의했고 멕기는 경제학사의 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으며 커셀은 코스를 아담 스미스에 견주었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코스에게 세미나에서 주장하고 설명한 것을 논문으로
발표할 것을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1960년에 발표된 논문이 "사회적비용의 문제"이다.

이 논문은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중 하나이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이유로 지목된 두 논문중 나머지 하나이다.

"사회적 비용의 문제"는 종종 코스의 정리가 실린 논문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코스의 정리는 코스의 주장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사실 코스는 코스의 정리를 서술한 적이 없으며 자신의 논문이 코스의
정리로 요약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나 코스의 주장은 코스 자신의 명제에 의해 더 잘 요약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재산권의 정확한 규정이 시장거래의 핵심적 전제조건이다.

이 명제가 강조하는 것은 재산권 규정의 중요성과 어려움이다.

시장거래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게 하려면 재산권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확실하게 집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코스의 주장을 이렇게 이해할 때 우리는 "기업의 본질"과 "사회적 비용의
문제"가 모두 거래비용의 문제를 다루는 것임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어떤 시장거래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그런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기업이
등장하며 재산권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도 그같은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
이라는 것이다.

김진방 < 인하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jkim@inha.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