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아파트관리사무소측에서 단지내 음식물 쓰레기 발효기를 설치했다.

여름에 냄새나는 음식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돼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함부로 버려져 지하수와 땅을 오염시키지 않고 발효시킨 음식물 찌꺼기를
재활용한다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어느날 음식물을 담은 비닐봉지도 함께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 살펴
보니 다들 규정대로 잘 분리해 버리고 있어 아파트주민의 공동체 의식에
흐뭇했다.

그런데 며칠 전 TV에서 강남등 일부 부유층 주택가를 중심으로 음식물
분쇄기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놀랐다.

수박껍데기등이 사정없이 갈려서 하수구에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었다.

어떤 신축 호화빌라에는 아예 수입 분쇄기를 옵션으로 달아 놓았다고 한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음식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게 귀찮을 정도면 아예 먹는 즐거움도 포기
하는게 낫지 않을까.

탁한 강물, 오염된 지하수-.

그것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젖줄의 오염행위"라는 것을 그들은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더욱 분노가 치미는 것은 행정당국의 미온적인 반응이다.

그 보도가 나간 뒤 며칠이 지나도 강력한 행정지도를 펴거나 단속을 계획
하고 있다는 뉴스는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답답할 뿐이다.

강아미 < 한국외국어대 이태리어과 1년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