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이 경영난에 빠진 소속 기업을 인수, 재가동에 나서면서 경영상태를
호전시킨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종업원 인수기업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까지 가세함에 따라 회사가
빠른 속도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오디오와 비디오용 음량조절장치를 생산하는 경남 양산시 북정동
포스텍전자.

불과 한해전만 하더라도 수십억원의 적자가 누적, 심각한 경영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회사였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주문이 밀려들면서 납기를 맞추느라 전 직원이 휴가를
반납할 정도로 변했다.

포스텍전자가 본격적인 회생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근로자들이 구조조정에
나선 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

근로자 1백여명은 퇴직금 16억원을 털어 2년 뒤 상환조건으로 설비를 인수
했다.

이어 최영득 부장을 대표로 선임, 본격 회사살리기에 나섰다.

연봉도 30% 이상 삭감하고 근무시간도 1~2시간씩 늘려 한사람이 기계 1개를
담당하는 "마이 머신" 제도를 시행하고 나섰다.

자기 기계에 대한 애착을 갖고 책임있게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였다.

양산지방노동사무소도 이 회사의 회생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종업원 기업
인수 지원금 7천6백만원을 지급했다.

이 결과 오더물량이 20% 정도 늘면서 16억원선이었던 월 매출이 23억원으로
늘었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최근에는 직원 50명을 충원하기도 했다.

김영진 인사총무팀장은 "직원들이 투자한 만큼 생산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연말에는 흑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시 유산동 우창도 근로자 대표 4명이 퇴직금을 모아 문닫을 회사를
인수한 케이스.

노동청도 8백만원의 기업인수 지원금을 후원, 회사 운영자금의 숨통을 틔워
줬다.

최근들어서는 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늘어난 1억원을
돌파, 직원들의 신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역시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직원 10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본격적인 생산
증대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 사상구 성일기업과 울산시 남구 여천동의 하나기술개발도 근로자들이
경영난에 처한 회사들을 떠맡아 회생의 가닥을 잡고 있다.

노동청으로부터 각각 5백60만원, 5백40만원의 기업인수 지원금을 받았다.

이달 들어 매출이 10% 이상 증가, 서서히 정상궤도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부산지방노동청 고용안전센터 강종철 과장은 "근로자들이 인수한 회사의
성장성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라며 "근로자들이 3백인 이하의 제조업체를
인수할 경우 1인당 80만원씩 지원되는 만큼 이 자금을 적극 신청해 기업회생
에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