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천진)에서 의류가공업을 하는 김모(45)사장은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5월15일로 여권 유효기간이 끝났는데도 연장을 할 수 없기때문이다.

지금 그는 중국법상 불법체류자다.

만일 중국 공안(경찰)에 잡히면 불법체류 기간을 하루 5백위안(한화 7만원
상당)씩 따져 벌금을 내고 추방된다.

김사장이 중국에서 범법자의 딱지를 달고 다니게 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중국투자법인의 운영자금으로 쓰기 위해 국내의 친구로부터
2천5백만원을 빌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속에서 아무런 담보없이 연리 10%로 꾸어준 그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상환기한은 작년말.

김사장은 돈이 마련되는 대로 그 이전이라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던 차에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측 파트너와 수출대금의 은행 인출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그래서 김사장은 중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의 법규정에 따라 송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출대금 전액을 압류당하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꼬이자 김사장은 철석같이 약속한 상환기한을 지킬수가 없게
됐다.

그 친구는 어려운 속에서 배려해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김사장을 한국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김사장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자 기소중지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결정을 내렸다.

기소중지자가 되면 신원특이자로 분류돼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여권 기한
연장도 안된다.

국내에서 벌어진 채권 채무관계등 민사 형사사건의 처리를 미룬채 해외로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법규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해외의 불법체류자를 비호할 마음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여권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엔 중국 생활에 필수적인 거류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

중국측 파트너는 현재 한국 기업인이 투자한 지분을 통째로 삼키려 든다.

심지어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중국업체들까지 언제 망할지 모르니 현금 주고
물건을 가져가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얼마나 될까.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중 자신이 기소중지자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한 중소기업인은 "우리 정부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중국내 불법체류 한국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을 그냥 방치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