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사슬 인신매매, 누마주로 팔려간 한국 여인들, 일본으로 간
한국신부들, 버려진 한국의 아이들...

지난 몇주간 각 방송사가 내보낸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자극적인"
제목들이다.

한국 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 모니터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사 다큐멘터리가
지나치게 흥미위주의 가십성 소재에 매달리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6월21일부터 7월3일까지 각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다.

방송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가 사회감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때 최근의 시사 다큐멘터리들은 사회병리현상이나
부조리를 파헤치는데 부족한 것 같다.

방송사들은 시사다큐멘터리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SBS의 "추적!사건과 사람들"이 다룬 "돈의 사슬~"에서는 직업소개소에서
티켓다방으로 팔려간 여성들의 사례를 고발했다.

"제3취재본부"의 "누마주~"는 일본 유흥업소에서 종사하는 한국여성들의
실태와 불법체류로 인해 생기는 인권유린이 주제였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방송중 상당부분을 카메라로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을 보여주는데 치중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일본으로 간~"에서는 양국 남녀가 맞선 보는 장면재연
이 주가 됐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채 결혼이 급히 이뤄지는 데서 불거지는
문제점은 뒷전이었다.

보고서는 소재의 답습도 문제삼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KBS "추적60분"에서 방송된 "행정편의주의"다.

행정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서민들의 애환은 기존에 여러차례 반복됐던
내용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예전에도 시사프로그램들이 잊혀질만 하면 성문제나 폭력처럼 선정적인
소재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있어왔다.

첨예한 정치사안이나 경제정책, 민감한 사회문제같은 시의성 있는 소재에
날카롭게 접근하는 시사프로그램 본연의 모습이 아쉽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