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광만을 향해 나갔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그러나 내가
추구했던 것이 절대적으로 잘못됐다고는 할수 없다. 그건 악몽이었을 뿐이다.
인생엔 나쁜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엄청난 일을 겪는 사람도 많다. 다음엔
나도 피칭웨지로 레이업 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도 날 용서하겠지.
마지막홀에서 보기, 심지어는 더블보기만 하더라도 우승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배운것은 마지막 퍼팅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골프에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다. 아, 이미 일어난 나쁜일에 집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번주엔 좋은 일도 무척 많았다. 설마 사람들이 2백년동안
오늘을 기억하진 않겠지"

-장 방드 벨드의 경기후 코멘트.

<> 장 방드 벨드(33, 프랑스).

그는 영웅이 되고 싶어 했는가.

모든 분석가들은 "그렇다"고 표현했다.

이왕이면 "멋지게 우승하자"는 욕심에 무리수란 무리수는 다 두었다는 것.

그러나 그게 전부인가.

역사상 최악의 몰락이 과연 그 개인만의 잘못인가.

그것은 개인의 한계라기보다는 "프랑스 골프의 한계"이다.

미국이나 영국 프로였다면 절대 그렇게는 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의 골프역사에서 "어떻게 하면 우승할수 있는가"를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홀아웃 전까지는 무슨일이든 일어날수 있는게 골프"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드 벨드의 투어 우승은 단 한번(93년 로마 마스터스)뿐.

그리고 프랑스인의 브리티시오픈 우승도 92년전에 단 한번(1907년 아노
매시)뿐이었다.

그것이 바로 "미천한 경험의"프랑스 골프이다.

역사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역사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메이저 우승은 언제나 그나라 골프의 전체적
힘이다.

방드 벨드는 나라전체의 골프역사나 개인의 역사에 갑자기 우승할수 있는
힘이 없었던 셈이다.

<> 골프 자체의 측면에서 방드 벨드는 "우승할수 있었던 마진"이 너무 컸던
것이 아이러니이다.

17번홀까지 2타차 선두만 됐더라도 그는 보기를 마지노선으로 안전하게
플레이했을 것이다.

메이저 출전선수쯤 되면 코스가 아무리 어려워도 보기를 목표로 하면 보기는
한다.

수많은 더블보기들은 파를 겨냥하다 나온 것일 뿐이다.

결과적으론 너무도 넉넉했던 "3타차"가 오히려 방드 벨드로 하여금 레이업을
막은 느낌.

이제 "방드 벨드 스토리"는 메이저에서의 역전 순간마다 되풀이될 것이다.

그는 가장 드라마틱하게, 가장 처절하게 골프앞에 무릎 꿇은 프로가 됐다.

그러나 과연 당신은 그의 18번홀 플레이를 ''바보 같은 골프''라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현명치 못했다는 것은 결과가 나온 후 제3자의 평가에 그친다.

그는 18번홀에서 세컨드샷, 서드샷, 그리고 드롭후 친 다섯번째샷을 계속
핀을 향해 쐈다.

그 샷들을 할때마다 그가 가진 진실은 ''최선의 스코어''였다.

그가 추구한 골프가 우승으로 연결됐다면 우린 뭐라 했을 것인가.

그는 패했다.

그러나 후퇴하지 않은 그의 ''젊은 야망''엔 박수를 보낸다.

골프는 수만가지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