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국세청(IRS)은 최근 개혁 청사진을 발표했다.

IRS는 지난해 제정된 개혁법에 따라 그동안 개혁 준비작업을 벌여왔었다.

이번에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변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IRS는 75년 전 설립된 이래 여전히 남아있는 관료주의적 관행을 없앨 것임을
밝혔다.

그동안 잘못됐던 제도와 관습을 타파하고 조직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국세청이 요즘 탈바꿈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IRS가 추진중인 개혁 드라이브는 한국인에게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IRS 개혁의 뼈대를 한마디로 말하면 "고객봉사"이다.

IRS는 그동안 납세자에 대한 봉사기구라기보다는 정부의 세입 재원을
징수하는 기관으로서의 임무를 중시해왔다.

그 결과 납세자들은 IRS를 경원시하고,심지어는 공포의 대상으로까지 여기게
됐다.

쌓이고 쌓인 국민들의 불만과 공포는 결국 폭발했다.

본말이 전도된 IRS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더는 용납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미 의회는 지난 97년 가을 IRS 개혁에 관한 청문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지난해 IRS 개혁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IRS는 청사진을 내놓기 이전부터 이미 개혁을 향한 의미있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IRS 청장에 사상 처음으로 세법 전문가가 아닌 민간 기업인 출신의
찰스 로소티가 임명된 것이 단적인 예다.

로소티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IRS를 고객(납세자)에게 봉사하는 기구로
탈바꿈시킬 것"임을 선언했다.

로소티 청장은 그동안 행정편의에 초점을 맞춰 지역별로 운영했던 분청을
모두 폐지했다.

대신 납세자의 유형에 따른 4개의 분청을 신설했다.

즉 개인청 대기업청 중소기업청 등으로 구분하여 각각 분청장이 운영을
책임지도록 했다.

또 고객인 납세자에 대한 법률적 행정적 지원을 맡고 있는 법무관실, 납세자
옹호실, 세무 조정 항소실, 형사 심의실 등 4개의 분실은 분청에서 따로
떼어내 청장 직속기구로 개편했다.

각 분청의 본부를 수도인 워싱턴에 두는 대신 납세자에게 가깝도록 전국
주요도시에 분산 설치했다.

이밖에도 청장에게 임기 5년을 보장하여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IRS 청장이
따라서 바뀌는 폐단을 없앴다.

또 IRS 이사회를 만들어 청장으로 하여금 재무부 장관이 아닌 이사회에
보고토록 했다.

독립성을 보장해 준 것이다.

IRS 이사회는 9인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5명을 민간인 중에서 임명하고
나머지 4석만을 정부측에서 차지하도록 했다.

IRS 이사회가 정부의 고무 도장 노릇을 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의회 주도로 이뤄진 이같은 IRS 개혁 방향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IRS 개혁법이 통과된 후에도 여러 가지 사보타지를 하는 중이다.

법률에 따라 의회의 승인을 받게 돼 있는 민간 출신 IRS 이사의 추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문제만으로도 벌써 6개월째 세월을 허송하고 있다.

행정부가 IRS 개혁에 이처럼 극력 저항하고 있는 데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

개혁법의 내용대로 IRS가 개편될 경우 그동안 재무부를 통해 국세 행정에
개입하면서 휘둘러 온 영향력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IRS가 행정부로부터 독립되도록 개혁의 그랜드 플랜이 짜여있는
것이다.

IRS가 과연 로소티 청장이 약속한 대로 고객에게 편리한 진정한 대민 봉사
기구로 거듭날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러한 목표를 정해놓고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인에게는 큰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

한국 국세청의 조직도 납세자에 대한 봉사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개편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과거 한국 정부에서 국세청은 안기부와 함께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위압감을
주는 행정 기구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탈바꿈하면서
국민들이 친근히 다가설 수 있는 대민 정보 서비스 기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이 이처럼 변신을 향한 몸부림을 시작함에 따라, 모르긴
몰라도 한국에서 가장 서릿발이 센 정부 기구로는 검찰과 국세청을 꼽아야
할 것이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경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죄지은 사람을 잡아들이는 것이 검찰의 고유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그렇지 않다.

국민과 기업들에 세법을 설명하고 안내해 납세자들로 하여금 법대로 편히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본연의 업무일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