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도입 11개국)의 금융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5일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에서 긴축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빔 뒤젠베르크 ECB총재는 이날 정례 정책이사회를 마친후 "통화긴축 정책이
조금씩 ECB의 검토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CB가 통화긴축을 운운하기는 처음이다.

그의 발언은 금융정책의 목표를 지금까지의 경기회복 일변도에서 통화가치
방어쪽으로 분산시킬 것임을 의미한다.

유로가치가 달러보다 낮거나 같아지는 사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CB는 지난 4월8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5%로 내린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뒤젠베르크 총재는 그러나 이날 유로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도 정책변화의 조짐이다.

그는 지난 6개월여동안 유로가치가 끝없이 속락했지만 "아무 문제없다"고
말해왔다.

어떤 때는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유로가치가 낮아야 한다"며 유로가치
하락을 부추키기까지 했다.

그러던 그가 긴축통화문제를 거론하자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ECB가 마침내
유로가치 방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외환분석가 다니엘 기야트는 "유로가치가 최근 유로당
1.0108달러까지 내려가자 ECB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로가치가 달러보다 낮아지면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 ECB가 손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것 같다는 분석이다.

사실 유로가치가 달러보다 낮아지면 제2 기축통화로서의 유로화 위상에
금이 간다.

각국이 유로화의 외환보유 비중을 줄이게 되고 추가하락을 우려, 유로화표시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유로존의 수출경쟁력이 더 커지는 이점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유로당 1.01달러 선에서도 수출경쟁력은 충분하다.

현재 유로가치는 연초의 유로당 1.18달러대에 비해 15%가량 떨어져 있다.

이날 뒤젠베르크총재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유로가치는 뉴욕시장에서 한때
유로당 1.0249달러로 회복됐다.

그러나 구두 경고성의 단순한 "립 서비스"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다시 1.0198달러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ECB의 통화긴축 시사에도 불구 연내에는 금리가 인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율이 낮고 경기회복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금융정책의 변화조짐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고 진단한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