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펀드(Vulture Fund)와 벤처펀드(Venture Fund)가 몰려오고 있다.

주가 1,000시대가 다시 열리고 웬만한 종목의 주가 레벨업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고수익 투자대상을 찾는 펀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때마침 정부도 최근 산업발전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벌처펀드와 벤처펀드
의 활동무대를 넓혀 주었다.

벌처펀드와 벤처펀드는 기존 뮤추얼펀드나 주식형수익증권처럼 증권거래소
시장에 상장돼 있거나 코스닥시장에 등록돼 있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거래소시장에는 근처도 가보지 못한 기업, 다 쓰러져 가는 기업,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기업 등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벌처&벤처펀드의 성공확률은 3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투자에 성공하기만 하면 투자원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고수익이
기다리고 있다.

벤처투자회사인 한국기술투자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

한국기술투자는 지난해 11월 코스닥기업인 한글과컴퓨터에 주당 5천원씩
5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12일 현재 한글과컴퓨터의 주가는 4만7천5백원.

한국기술투자의 평가금액은 5백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1백18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했던 한국기술투자는 올해 4백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투자가 바로 벌처&벤처
펀드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이런 투자가 정착돼 있다.

제일은행을 인수할 예정인 뉴브리지캐피털, 대한생명 인수를 타진중인
파나콤, 한라그룹에 투자한 로스차일드 등은 벌처펀드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벌처&벤처 펀드가 사용하는 투자기법도 기존 뮤추얼펀드나 주식형
수익증권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벌처펀드는 기업의 생사여부를 가장 중시한다.

예를들어 부도난 A기업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A기업의 지분을
뭉터기로 산다.

또 자금을 투입, 동맥경화를 풀어줌으로써 영업활동을 정상화시킨다.

실적을 내지 못하는 사업부문은 과감히 정리하거나 매각한다.

영업이 제 궤도를 찾으면 A기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기업인이나 기업에 전부
매각한다.

매각가격은 물론 투자원금의 수십배이다.

벤처펀드는 벌처펀드와 비슷하지만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먼저 따진다.

투자의 대상이 쓰러진 기업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자금도 없고 노하우도 없는 기업이 대상이다.

오직 기술력과 잠재력만을 믿는 것이다.

<> 국내 벌처&벤처 펀드 현황 =벌처펀드로는 지난달 1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4개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꼽을 수 있다.

한국기술투자 코미트창업투자 한국종합기술금융 제이앤피캐피탈 등이 그
주인공.

등록1호인 제이앤피캐피탈은 화학업체인 금양이 자본금 1백억원중 99%를
출자했다.

대표이사는 금양의 공동대표인 정현철씨가 맡았다.

향후 5년간 9천4백억원을 86개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역시 자본금 1백억원인 코미트창업투자는 한외종금 M&A(기업인수합병)
팀장을 지낸 윤현수씨가 진두지휘를 맡았다.

관리대상기업과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모두 3천억원 이상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한국종합기술금융은 M&A의 "대가" 권성문씨가 이끌고 있다.

미래와사람이 지난해 인수했다.

현대 SK 산업은행 등이 출자해 놓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한국종합기술금융 기획부장 출신의 서갑수씨가 중소기업진흥
공단 JP모건펀드인 APAI 등과 함께 설립한 벤처기업 투자전문회사.

워크아웃 기업이나 성업공사 관리기업 등에 중점투자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한미창투 등 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회사 등이 같은 성격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 기관투자가들도 눈독 들인다 =종금사들이 벌처&벤처 펀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나라종금은 지난5월 50억원을 출자해 한국종합기술금융과 공동으로 1백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설정, 벤처기업 투자를 시작했다.

나라종금은 기술집약형 벤처.중소기업의 신주 및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종금과 중앙종금도 이달중 벌처&벤처 펀드를 각각 만들 계획이다.

투신권도 벌처&벤처 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존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상장기업 투자만으로는 투자자의 다양한 투자욕구
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뮤추얼펀드로 주목받은 미래에셋은 벌처&벤처 펀드인 "미래에셋
드림파이오니어"를 운영중이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현대투신 등 기존 3투신도 벌처&벤처 펀드의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벌처&벤처펀드란 ]

벌처&벤처(Vulture & Venture) 펀드는 벌처펀드와 벤처펀드를 합한 말이다.

투자대상이나 투자기법 등은 다소 다르지만 "고위험 고수익" 추구형이라는
점에서 흔히 함께 사용된다.

벌처펀드란 부실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해 정상기업으로 육성한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기금이나 회사, 조합 등을 말한다.

벌처는 동물의 시체를 파먹는 대머리독수리를 뜻한다.

독수리가 썩은 고기를 먹어 배를 불리듯 쓰러져 가는 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남기는 펀드란 의미다.

정상화시킨후 기업공개 자산매각등의 방법으로 차익을 실현한다.

벤처펀드는 벤처사업가가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기업에 지분 참여를 하는 펀드를 말한다.

기업에 도움을 주는 "엔젤 캐피털"의 성격을 갖고 있어 벌처펀드와는
구분되기도 한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투자계획 ]

<> 제이앤피 캐피탈
- 대표 : 정현철
- 향후5년간 자금조달계획 : 9,400억원
- 향후5년간 투자업체수 : 86
- 중점투자대상 : 정보통신/컴퓨터/반도체 관련업체/전기전자부품업체/
정밀화학업체

<> 코머트 창업투자
- 대표 : 윤현수
- 향후5년간 자금조달계획 : 3,124억원
- 향후5년간 투자업체수 : 147
- 중점투자대상 : 그룹 구조조정 대상업체, 관리대상 상장기업, 화의/
법정관리기업

<> 한국종합기술금융
- 대표 : 권성문
- 향후5년간 자금조달계획 : 4,500억원
- 향후5년간 투자업체수 : 50
- 중점투자대상 : 첨단벤처기업/기술우수중소기업/수출비중 큰 업체

<> 한국기술투자
- 대표 : 서갑수
- 향후5년간 자금조달계획 : 7,000억원
- 향후5년간 투자업체수 : 15
- 중점투자대상 : 워크아웃대상기업, 성업공사관리기업, 은행관리기업,
회사정리/화의/파산신청기업

* 자료 : 산업자원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