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6년전인 지난 84년 만났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과정 17기"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모태였다.

고교에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출신지가 다르고 성격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상당히 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개성이 뚜렷할 수 밖에
없다.

45명이 처음 만났을 때, 서울 부산 충남당진 전남여수 등 출신지역이 모두
달랐던데다 하는 일도 모두 달라 "정치파" "건설파" 등으로 나뉘어 내심
자존심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선지 별 일 아닌 것 갖고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의 임원급 등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로서 수업시간
은 더 없이 진지했다.

우리의 모범적 수강태도는 학교안에서 널리 알려졌다.

늦은 나이에 하는 공부라 솔직이 학업이 전부일 수는 없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골프모임"이다.

새삼 설명이 필요없지만 골프는 바로 인생의 축소판이다.

야구선수들은 시속100km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빠른 공을 잘도 때려 낸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공을 치기가 쉽지 않다.

"야구는 살아있는 볼을 죽이는 것이고, 골프는 죽어있는 볼을 살리는 운동"
이라고 했다.

알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1.7회중에서도 조희재 LG정밀고문을 비롯, 김동식 (주)태산사장, 신재호
동명기술공단사장,홍순관 우성건설회장, 권정자 신미사사장, 윤동혁
(주)동원사장과 필자 등은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우정을 다진다.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회원 모두 곧 환갑을 맞는다.

인생을 되돌아 볼 때가 되어 그런지 얼마전 만났을 때 "사회에 좋은 일 하나
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 이후 매달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요즘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나 IMF체제의 고통은 아직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닌 "너 살고 나 살자"란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오는 초겨울엔 작으나마 사회를 위해 뭔가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원들의 건승을 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