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은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인수할 의도가 있는가.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13일 "삼성차 부산공장의 인수에는
대우자동차 뿐만 아니라 일본의 닛산자동차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밝히자 진위를 파악하느라 업계가 분주하다.

닛산은 정작 이 수석의 발언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닛산자동차 류지 나카야마 대변인은 14일 "닛산이 부산공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며 "닛산은 부산공장을 사들일 생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삼성 부산공장과는 94년 맺은 기술공여 계약만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닛산과의 업무를 맡아왔던 삼성자동차 기획담당 윤정호 상무도 "닛산으로
부터 부산공장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닛산이 삼성차 부산공장에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막작전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선 삼성차 부산공장은 닛산의 설비와 기술로 건설된 분공장이나 다름없다.

SM5도 닛산 차종인 맥시마 그대로다.

닛산에 한때 공장인수를 제의했던 삼성은 "닛산이 부산공장을 인수할 경우
자산의 1백%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면서 그동안 수백명의 닛산 기술진이 부산공장에
머물러 왔던 만큼 부산공장을 국내업체들보다 더 잘안다는 것도 메리트라는
설명이다.

부산공장은 설비가 닛산의 IBS(Intelligent Body Assembly System)여서
라인변경 없이 금형과 지그(jig,치공구)만 추가로 투입하면 많게는 8가지의
닛산 차종을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다.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일본의 닛산 협력업체들과 기술과 자본제휴를 맺고
있어 부품망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닛산이 삼성 부산공장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여유가 있냐는게 다소
의문이다.

이 수석은 닛산이 프랑스 르노와 합병된뒤 자금여력이 좋아져 부산공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르노는 지난 4월 54억달러를 투자해 닛산의 지분 36.8%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닛산의 경영이 워낙 부실해 강력한 구조조정에도 아직 정상화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당초 알려진 22억달러로 알려졌던 닛산의 순부채가 계열사들에 대한
지급보증을 합쳐 3백45억달러에 이른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3년내 순부채를 62억달러 수준으로 줄인다는게
회사의 목표다.

부산공장 인수등의 결정은 모기업인 르노가 하게 된다.

르노도 닛산에 대규모 투자를 해놓은 뒤여서 여력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1백% 활용이 가능한 공장을 헐값에 살 수 있고, 일본 회사가 뚫기
어려운 한국시장에 무임승차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르노가 어떻게
생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