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처리 문제에서 부채처리와 생보 상장건은 방향을 잡았다지만
부산공장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정부는 채권금융기관이 원매자를 찾아 매각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공장을 사들일 회사는 없다고 보는게 옳다.

물론 대우가 이 공장을 사들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채권단은 대우에 인수자금은 물론 운영자금까지 적지 않게 쥐어
줘야 한다.

삼성차 부산공장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돌릴수록
적자가 나는 공장"이란 점이다.

부산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24만대.

그러나 SM5 한 차종으로는 연간 6만대가 한계다.

내수 규모가 뻔한데다 이 차는 수출이 안되는 차다.

닛산과의 기술도입계약에 그렇게 돼 있다.

이익을 남길 재간이 없다는 얘기다.

대규모 투자를 해놓은 협력업체들도 6만대치 부품을 납품해서는 공장
운영이 안된다.

물론 정부의 얘기대로 제3자가 인수해서 다른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조~1조5천억원의 인수 대금이 필요한데다 필요한 설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투자가 만만치 않다.

협력업체들도 추가로 투자를 해야 한다.

예컨대 대우가 이 공장을 인수해 레간자를 생산하려 든다고 해보자.

부평의 협력업체에서 나온 부품을 부산까지 날라와야 한다.

그 물류비가 보통이 아니다.

그게 싫으면 부산에 별도의 공장을 세워야 한다.

삼성 협력업체들을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품 물량을 여러 협력업체로 분산시키면 투자는 투자대로 들어가고
원가는 원가대로 높아진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공급과잉상태라는 것.

국내 설비가 4백만대를 넘는데 내수는 아무리 늘어나 봐야 2백만대가 고작
이다.

나머지를 수출로 소화해 내는건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해외업체들도 부산공장에 관심이 없다.

GM 포드 등 해외기업들이 부산 경제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일은 없다.

전문가들은 부산공장을 청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산정서"를 걱정하는 정치권은 "청산"이라는 단어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인다.

물론 부산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가 전체산업의 건전화도 중요하다.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 이번에는 어느 쪽이 득세할지 두고볼 일이다.

< 김정호 산업1부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