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은 정보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하고 이를 잘 활용한 경영
전략가였다"

작가 유재주(43)씨가 장편소설 "공명의 선택"(전3권, 웅진출판)을 펴냈다.

이 소설은 제갈공명의 일대기를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복원한
작품.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의 신화적 요소를 벗기면서 인간적 면모를
깊이 탐색한 게 특징이다.

소설 속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공명의 어린시절부터 오장원에서
맞는 최후의 순간까지 한 영웅의 일대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인생의 고비마다 끊임없이 승부수를 던져야 했던 공명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를 추적하면서 그의 내면세계를 더듬어간다.

생각을 바꾸면 삼국지가 달라보일 수 있다는 걸 새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제갈공명의 삶에서 현대사회의 경영마인드와 리더십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그는 고도의 정보조직망을 활용한 전략가였다.

정확한 판단력과 다양한 전술로 경쟁자를 압도했다.

적벽대전은 완전한 정보전쟁의 승리였다.

1천8백여년전에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던
중원의 경영자.그는 인간의 심리를 조직관리에 접목시키고 신용정보사회의
모델을 만들었다.

불안한 시대상황 때문에 우울증에 자주 빠졌던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그
과정이 더욱 의미깊게 다가온다.

한왕조의 멸망기에 태어난 그는 삭막한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시대 흐름을
주도한 외유내강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온갖 고난과 유혹속에서도 의리와 절개를 지킨 지조의 대표자.

사마의가 조조라는 대기업을 선택하고 주유가 손권이라는 중소기업을 택할
때 그는 유비라는 구멍가게를 발견해 대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빛낼 줄 아는 선지자였다.

그는 또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하늘의 뜻에까지 도전한 행동주의자였다.

몽상에 빠진 이상주의자는 그의 라이벌이 될 수 없었다.

제갈공명의 마지막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궁극적으로 세상의 평화를 꿈꾼 휴머니스트였다.

전쟁은 그의 희망을 완성하는 수단이자 그의 일생을 고뇌에 빠져들게 만든
딜레마였다.

그가 살생전을 피하고 화공을 주로 사용해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