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인종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에 대한 신학상의
대논쟁을 거쳐 인도인 흑인 아메리카인디언도 인간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537년 로마교황 바오로 3세의 교서였다.

그러나 식민지를 경영해야 했던 백인들은 피부색으로 상징되는 인종차에서
식민지체제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를 구했다.

인종주의는 근대에 들어와 "세계문명은 백인종이 창조한 것이며, 열등인종과
의 혼혈에 따른 인종적 퇴폐로 문명은 몰락한다"는 고비노의 주장에서 극치를
이룬다.

교리상 인간평등을 포기할 수 없는 기독교에도 아직 인종주의적 색채를
분명히 하는 일부 종파가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오랜 역사의 잔재다.

최근 미국에서 총격사건을 벌인뒤 자살한 벤저민 대니얼 스미스가 속해 있던
"창조주 세계교회(World Church of the Creator)"란 단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종교단체는 1973년 러시아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성장한 뒤 한때 플로리다
주 의원을 지낸 벤 클라센이 설립했다.

백인 우월주의자인 그는 유색인은 원숭이에 가까운 "진흙 인간(Mud People)"
이라면서 유태인 흑인 이민한 소수민족계를 향해 "성전"을 선포하고 그것을
이 교회의 신조로 내세웠다.

유태주의 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를 배격하고 백인들만의 새로운 가치로
바꾸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클라센이 75세때인 1993년 자살한뒤 그위 뒤를 이은 것이 현재의 리더인
마트 헤일이다.

일리노이주 이스트 피오리아에 본부가 있고 3천여명의 회원은 백인종을
상징하는 "W"자와 그들이 세계를 지배할 것을 나타내는 왕관을 그려넣은
표장을 달고 다닌다.

법률가나 법률에 관심이 많은 회원이 대부분이다.

총격사건의 범인 스미스의 경우를 보면 종교도 이제는 세속화하다 못해
고전적인 윤리종교 차원을 넘어 개인의 소속감이나 정체성 그리고 의미체계를
제공하는 개인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해진다.

어쨌든 죄없이 백인의 희생자가 된 한국인 유학생의 죽음은 서럽기만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