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

외형적인 실업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장기실업자와 아예 취업을 포기한 실망실업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자 중에도 상용근로자는 줄어들고 대부분이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취업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잠깐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노동연구원이 6일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의 동향과 특징"에
잘 나타난다.

실업자의 숫자를 줄이는 것도 시급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고용시장의 외형은 호조=실업률이 지난 2월 8.7%를 기록한뒤 3월엔
8.1%, 5월 6.5%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미 올해 정부 목표치(7.2%) 안에 들어와 있다.

내년 목표치(6.4%)에도 근접하는 수준이다.

지난 5월말 현재 전체 취업자는 2천30만1천명.

작년 5월보다 0.4%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취업자가 증가한 것은 지난 97년 11월이후 처음이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4월보다 1.9% 늘었다.

지난 95년 12월이후 3년 5개월만에 처음 보인 증가세다.

다른 업종에서도 취업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실업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경기회복으로
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와함께 정부가 공공근로와 인턴사원 지원, 재고용 촉진책 등을 통해
실업구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계절적으로 인력수요가 많은 것도 한 요인이다.

<> 내용은 부실=일자리를 찾으려해도 안되자 아예 취직을 포기한 실망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중 경제활동참가율은 61%로 전년 동기보다 0.7%포인트 낮아졌다.

아예 비경제활동인구로 돌아서 버린 것이다.

노동연구원의 추계로는 실망실업자가 작년 상반기 30~35만명에서 현재
50~60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중 여성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실직기간이 1년이 넘는 장기실업자 수도 급증추세다.

작년 4월 12만명에서 올 4월에는 24만명으로 1년만에 2배가 됐다.

97년말에 실직한뒤 98년 2월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2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실업률(전체 실업자중에서 1년이상 계속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
은 작년 상반기 1.5%에서 지금은 8%대로 높아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업자들의 평균 실업기간도 작년만해도 4~5개월이었지만 올들어서는
6~7개월로 길어지고 있다.

그나마 어렵게 일자리를 얻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비상근직이다.

지난 5월말 현재 전체 임금근로자는 1천2백54만7천명으로 1년 사이에 2.3%
증가했다.

그렇지만 상용근로자는 8.4% 줄었다.

이에반해 일용근로자는 무려 46.2%,임시근로자는 1.4% 늘어났다.

지난 4월 새로 일자리를 얻은 44만9천명중 상용근로자는 30.1%에 불과했다.

임시및 일용근로자가 전체의 60.8%에 달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주당 18시간미만 일을 하면서 추가적으로 다른 일자리를
희망하는 불완전취업자의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35.3%에서 4월에는 40.4%, 5월에는 41.3%로 늘어났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