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경 < 씨에투어 과장 >

89년 해외여행이 개방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동안 여행을 하는 우리의 모습은 10년전 그때와 얼마나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전히 외국인들과 함께 관광하는 곳에서 큰 소리로 일행의 이름을 부르며
떠들고 있지 않는지, 또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에 자연스럽게 손을 대고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는 곳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고 호텔에서 자고
난 뒤 1달러가 아까워 그냥 호텔을 나서고 있지 않는지..

아직까지 우리 여행의 모습은 성숙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단지 해외에서의 행동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한국인사이 즉 여행을 같이 하는
동행인들에 대한 배려에도 부족함이 느껴진다.

공항에서 서로를 만나기도 전부터 우리는 함께 가는 사람의 수와 나이,
그리고 직업과 같은 개인적 사항이 주요 관심사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대화의 시작 또한 신상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런 관심은 한국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책임과 의무를 벗어던지고 일상을
탈피해 새로운 자신을 만나려는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줄 뿐
아니라 또 다른 한국을 그대로 여행지까지 끌고 가게 만드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떻게 여행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보면
어떨까.

자식들이 돈을 모아 효도관광을 보내드려 여행하는 시골 부모님이든, 의사
교수 학생이든 모두가 저마다 한국에서 짊어진 자신의 짐과 옷을 벗어버리고
나이도 잊은 채 동등하게 낯선 사람들과 더불어 미지의 세계를 보고 체험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삶을 편안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도록
서로가 배려하는 자세가 성숙된 여행모습의 시작이 아닐까.

우리끼리 먼저 존중하면서 시작된 여행이 외국에서도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져 해외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한국인으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온 또 다른 한국이 되지 않도록 여행을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은 존중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 sylvie1@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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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