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인들은 "내가 너희 세대가 지나기 전에 다시 오겠다"던 예수의
약속을 그대로 믿고 기다렸지만 그들의 기대는 어긋났다.

기독교사를 보면 그뒤에도 종말의 날짜를 예언하고 그것이 빗나가는 일은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예수나 예언자들이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을 받은 적도 없다.

그대신 약속이 새롭게 해석되면서 기독교의 교리가 계속 발전했을 뿐이다.

종말론(eschatolog)란 그리스어로 최후의 일(eschatos)에 관한 가르침
(logos)이란 뜻이다.

지금도 예수가 재림하는 종말에는 최후의 심판이 있으며 그때 "하늘나라"가
실현된다는 것을 기독교인들은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옛날처럼 어느날 어느때라는 시한부종말론은 아니다.

그런 주장을 한다면 이단이 되고 만다.

몇몇 종교철학자는 종말론을 "인격을 영원히 발전시키는 사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불사의 신앙"으로 보는 견해다.

서구에서 이처럼 "하늘나라 실현"이라는 목적사관이 자리잡은 반면 동양에서
는 순환사관에서 나온 5백년마다 일치일란이 뒤바꾼다는 맹자의
"5백년주기설"이 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세계나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왕조의 변천
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후천개벽 사상도 이상사회 구축을 갈망하는데서 나왔다.

프랑스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7월에 그랜드 크로스(행성십자
배열) 현상을 비롯한 대재앙이 일어나 인류가 종말을 맞게된다는 예언에 따라
세계 곳곳이 종말론 신드롬에 휩쓸고리고 있다고 한다.

소행성충돌 핵 오발 Y2K 등 가상시나리오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예루살렘
에는 메시아재림을 기다리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대학생의 20%가 일본열도의 3분의2가 바닷속으로 침몰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뜻밖이다.

얼마전 남북한 전함의 서해교전도 일본 젊은이들에게는 심상치 않은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미래를 예언하는 일은 인류에게 늘 있어온 현상이다.

인간이 불행과 희망을 엮어가는 삶의 한 모습일 뿐이다.

종말예언 속에는 역으로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기대하는 인간의 갈망이
응축돼 있다.

어떻게 보면 새천년을 맞는 우리는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