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쩌민 주석은 지난 97년 7월1일 홍콩을 ''접수''하면서 휘호를 남겼다.

"명천경호(내일은 더욱 좋아질 것)"라는 4자 성어였다.

반환후 홍콩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 글귀는 지금도 홍콩 거리나 정청 사무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장 주석의 휘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홍콩인들은 많지 않다.

경제난으로 생활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홍콩반환시기는 교묘하게도 아시아 위기가 시작될 때였다.

홍콩 역시 아시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97년 5.3%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5.1%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3.5%후퇴, 마이너스 성장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6.2%로 사상 최악.

홍콩은 아시아 4룡 중 유일하게 침체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콩인들은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요인이 아시아 금융위기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불경기가 장기화되는 이유를 "중국 통합"에서 찾고 있다.

중국 반환은 홍콩에게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는
시각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불안하면 홍콩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중국 기업이 도산하면 그 여파는 홍콩 주식시장으로 번졌다.

작년 광둥 신탁투자공사 파산으로 홍콩경제가 출렁인게 이를 말해준다.

중국 경제가 기침하면 홍콩경제는 독감에 걸리는 꼴이다.

홍콩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홍콩정청은 중국 정부의 지시로 미국 군함의 홍콩 기항을 거부해야 했다.

연간 5천만달러의 수입을 날렸다.

홍콩은 또 미국 핵기술의 중국유출 경유지로 지목받아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다.

홍콩인들은 중국이 정치활동에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홍콩 학생들은 지난달 중심가에서 톈안문 사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반환
이전과 같은 수준의 정치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중국 전인대의 홍콩 사법권 간섭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들은 "홍콩의 이익과
부합된다"며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홍콩을 "자본주의의 실험장"으로 활용, 커다란 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홍콩에 적용하고 있는 "일국양제 모델"을 성공시켜 이 방법으로 대만을
흡수하겠다는 전략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콩정청은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산업을 금융 및 첨단업 중심으로 재편,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보기술단지인 사이버포트 건설에 1백30억홍콩달러(약 18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올해 성장률 0.5%를 자신하고 있다.

홍콩인들은 경제살리기에 성공한 뒤라야 중국을 진정한 "따거(맏형)"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