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까지 10년 앞두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였죠. '까짓것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더군요. 자격증을 따려고 했지만 번번이 낙방했죠. 그러다 작년 12월 대기업 건설 현장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막연히 50대 이상이 많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현장에는 대부분 2030세대들이었어요.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수성가하려는 이들이었죠. 저는 주말을 쉬면서 400만원을 받지만, 휴일도 없이 일해가며 800만원까지 버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끼니도 아껴가면서 모은 종잣돈으로 자기 가게를 차리는 이들도 봤죠. 건설현장은 마지막 종착역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출근하듯 써내가다 보니 어느새 책도 쓰게 됐죠. (웃음)"
막노동(勞動), 사전에선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름처럼 '막'하지는 않는다. 어떤 현장이든 건설 기초안전교육을 이수해야만 일할 수 있다. 대기업 건설 현장은 규칙을 준수하기만 하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벌이도 상당하다.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취업난과 불경기가 겹치면서 최근 들어 2030세대들이 문을 두드린 영향이다. 그들의 눈은 패배감 대신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의욕으로 빛난다고 한다. 아들뻘 팀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인생 2막을 쓰고 있는 나재필(56)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평범한 베이비부머 나재필(56)입니다. 기자로 27년간 일했습니다. 남들보다 직급이 빨리 올라갔어요. 그만큼 회사의 요구에 충실하게 일했다는 뜻이겠죠. 잘리지 않기 위해 광고와 기사를 맞바
'서울적십자병원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신뢰할 수 있는 병원입니다.' 서울 적십자병원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이다.
병원이 국민들에게 늘 신뢰를 주지는 못했다. 1957년 출간된 박경리의 '불신시대'는 자식을 잃은 지영(박경리 자신)이 병원과 사찰에 대해 실망해 쓴 자전적 소설이다. 스님은 시주받은 공양미를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아 이익을 챙긴다. 쌀을 더 가져가려는 주민들과 흥정하면서 연신 "이래서 중이 살갔수?"를 외친다. 병원에서는 주사기의 함량을 속이고 환자를 건성으로 돌본다. 넘어져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들의 엑스레이 한 장 찍지 않고 마취도 없이 수술대에 올린다. 지영은 허망하게 아들 문수를 잃는다. 부도덕한 사찰의 행태는 아들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 결국 지영은 절에서 아들의 위패를 들고 나와 불을 질러 버린다. 어디를 가도 신뢰할 수 없는 불신의 시대다. 박경리가 소설에서 말한 불신시대는 가장 깨끗하고 신뢰해야 할 병원에 대한 실망에서 촉발됐다.
적십자병원을 신뢰 할 수 있는 이유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1903년 대한제국이 제네바협약에 가입한 후, 1905년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적십자병원이 발족됐다. 스위스의 사업가 앙리 뒤냥에 의해 창설된 적십자는 1859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군 사이의 ‘솔페리노 전투’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는 전쟁이 끝난 카스틸료네 마을에서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전상자들을 돌봤고 그 경험을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으로 출간한다. 이것이 큰 반향을 일으켜 국제적인 조직인 적십자사가 만들어진다. 핵심적인 가치는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이념적으로 편들지 않는 것이다. 영화 ’택시 운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생태조사보고서 시리즈 6번째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8일 해마다 제주를 찾는 철새 가운데 도요새와 물떼새의 생태를 기록한 학술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저자인 김완병 학예연구사와 다큐멘터리 생태사진가 김기삼 씨는 이번 보고서에서 도요새와 물떼새가 어떤 새인지와 종별 현황, 주요 서식지 환경을 수백장의 사진을 곁들여 자세히 설명한다.
1장에서는 도요·물떼새류의 분류와 습성, 한국과 제주도에 도래하는 도요·물떼새류, 번식하는 종과 희귀한 종들의 도래 등을 소개한다.
2장은 검은머리물떼새과, 장다리물떼새과, 물때새과, 호사도요과, 물꿩과, 도요과, 제비물떼새과로 구성했다.
3장은 도요·물떼새과의 주요 서식지인 모래갯벌과 사구, 암반조간대와 기수역, 농경수로와 초지대, 마을 연못과 수로 등을 잘 보존해야 함을 강조한다.
박찬식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발간사에서 "제주도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권역에 도래하는 도요·물떼새류의 중간 기착지, 번식지, 월동지로서 지속 가능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해안 조간대는 도요·물떼새류뿐만 아니라 연근해의 어류, 거북과 같은 해양성 파충류, 돌고래와 상괭이 같은 해양포유류 그리고 순비기나무, 해녀콩, 황근과 같은 해안성 식물 등 동식물 자원의 서식지로서 안전지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앞서 새들의 천국 제주도(2018년), 제주도 곤충 총서(2019년), 제주 바다를 누비는 매(2020년), 제주도 나비와 문화(2021년), 하얀 평화를 지키는 제주의 백로(2022년) 등 5권의 생태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