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레젠탄테"

흡사 음악용어처럼 들리는 이 말이 직업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라프레젠탄테(rapresentante)는 영어의 레프리젠터티브(representative)
처럼 "대표"라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중소 패션업체가 유난히 많은 이탈리아에서 이들 업체 대표 자격으로 해외
시장조사에서 바이어 선정에 이르기까지 수출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는
"프리랜서 해외 마케팀장"이다.

한국의 공인노무사나 공인중개사와 같은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일정한
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

줄리아 송(33).

이탈리아내 10만여명의 라프레젠탄테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으로 우리
이름은 송은희.

현지 판매 1위 구두브랜드인 "자넷 앤 자넷" 등 3개 구두업체의
라프레젠탄테로 일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인의 발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 일본 대만 홍콩 필리핀 등이
주요 활동무대다.

국내에서는 소다 스톰사의 제품 수입을 주선했었다.

송씨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지난 93년.

서울예고를 졸업한 뒤 성악공부를 위해 이탈리아에 유학갔다가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기업인의 미련을 버릴 수 없어 비즈니스 스쿨에
다시 입학했어요. 지금까지는 저의 변신에 대해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외국어에 능숙해 한국어 이외에도 이탈리아어 영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송씨는 라프레젠탄테가 풍부한 디자인 감각과 냉철한 시장 조사능력이
동시에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섬세한 센스가 필수적이어서 여성들이 실력을 발휘하기에 알맞은
직업이라는 설명이다.

몸이 힘든건 사실이지만 악착스럽고 인내력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만하다고 권한다.

송씨는 1년에 7개월은 호텔이나 비행기 안에서 보낼 만큼 바쁘다.

요즘엔 아시아 지역외에 영국 마케팅까지 맡게 돼 "일복" 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이탈리아의 라프레젠단테는 사실상 20여명의 실력자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요. 저도 언젠가는 그들 틈에 반드시 낄 겁니다"

< 손승현 기자 s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