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8백93억달러로 전년보다 13% 증가.

당기순익은 13% 늘어난 82억달러, 주당이익은 14% 많아진 2.5달러.

운영마진은 창업이래 최고치인 15.7%.

현금유동성은 93억달러로 배당금 35억달러, 무상증자 35억달러 등 주주들
에게 돌아가는 혜택만 70억달러.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97년 경영성적표다.

천문학적인 외형 뿐 아니라 높은 수익률이 세계 최강의 기업임을 입증하고
있다.

잭 웰치 GE회장은 98년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이 실적이 담긴 편지를
보내면서 세 가지 비결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가 글로벌화,제품 서비스 강화와 함께 빠뜨리지 않은 경영도구는 바로
"6시그마"였다.

그는 "6시그마 덕분에 운영마진이 불가능선으로 알려진 15%를 넘었고
97년에만 3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 줬다"며 "연 1천억달러 이상의 매출
을 가진 세계적인 기업에 보다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GE가 6시그마의 선구자는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운동을 만든 모토로라에 비해서는 5년여나 늦었다.

잭 웰치 회장 자신도 품질엔 관심이 적었다.

의사결정 스피드를 높이고 직원들의 참여도를 높이면 품질은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품질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 셈이다.

품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경영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GE가 품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곧바로 "돈"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다.

지난 95년초 자체 분석해본 결과 GE의 품질수준은 3~4시그마 수준이었다.

낮은 품질 때문에 쓰는 비용(COPQ:cost of poor quality)이 매출의 10~15%나
됐다.

품질을 이상치인 6시그마 수준으로 높이면 연 80억~1백20억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2000년께까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결점수준의 비율을 84%까지
낮춰야 했다.

당시 실시했던 설문조사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사 제품에 대해 "형편없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웰치 회장은 이해 10월 6시그마의 창시자인 해리 박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가진뒤 이듬해인 96년1월 연두모임에서 6시그마 운동의 공식 도입을
선포했다.

GE는 유리했다.

잭 웰치 회장은 출발이 늦은 만큼 모토로라와 얼라이드시그널 등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으면서 더욱 빠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미 모토로라가 프로그램과 도구들을 개발해 두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이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사소한 것까지 모든 분야가 대상이었다.

예를 들면 청구서 발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 등이었다.

단순히 불량률이나 미스를 줄이는데서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재무적인 성과를
반드시 나타내도록 직원들을 독려했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또 다른 경영운동을 하는가 보다 하며 심드렁해 했지만
웰치 회장이 이를 인사와 고용 문제와 연결시키면서부터는 태도가 1백80도
달라졌다.

GE는 6시그마 운동을 전사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이 운동을 주도할
핵심인력을 선발, 교육해 골고루 배치했다.

챔피언 마스터블랙벨트 블랙벨트 그린벨트 품질리더 등이 그들이다.

지난해말까지 GE의 모든 임직원이 품질전문가 교육을 마쳤다.

이들이 주도하면서 6시그마 운동의 성과는 속속 나타났다.

GE캐피털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 주택저당 대출부문에 걸려오는 전화는 연간 30만통.

이 가운데 7만건 이상이 "통화 중"이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4~5건중 하나는 신규계약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6시그마 개념을 적용하자 문제는 명확해졌다.

신규계약 기회의 손실이 곧 프로세스의 결함 때문에 생겨난다는 것을
알았다.

6시그마 프로젝트팀은 업무 흐름을 고치고 인원과 기계를 재배치했다.

예를 들면 한 전화가 통화중이면 바로 옆 사람이나 관련자에게 자동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통화 중"은 3천건으로 줄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기회손실을 20분의 1이상 줄인 것이다.

GE코리아 강석진 사장은 "6시그마 운동은 완성품의 품질 뿐 아니라 생산
영업 관리 서비스 등 전 프로세스에서 무결점을 추구한다"며 "막대한 손실
비용을 제거해 최고의 경영품질과 원가경쟁력을 이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GE는 지난해 4억5천만달러를 들여 3만7천여 6시그마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10억달러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는게 자체 분석이다.

올해는 4억달러 이상을 투자, 4만7천여개의 6시그마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외형과 수익면에서 부러울 것이 없었던 GE는 6시그마를 도입해 더욱 크고
강한 기업으로 변해 가고 있다.

6시그마도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

"GE가 도입한 기법"이 되면서 더욱 강력한 경영도구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