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의 현장] (4) '리츠칼튼 호텔' .. 절제된 외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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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칼튼 호텔은 유쾌한 공간이다.
고급호텔에서 흔히 느껴지는 위압감이 전혀 없다.
소박한 외모로 최고의 내용물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건축가는 건물이 도시의 찬란함과 마찰없이 어울리는데는 편안함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내면의 화려함을 조심스럽게 감추고 있는 단아한 모습이다.
리츠칼튼의 전신은 남서울 와싱톤호텔이다.
90년부터 5년간 증축을 통해 지금의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호텔이 자리잡은 곳은 강남 주요도로인 봉은사로변 언덕배기 정상이다.
이 부근엔 호텔들이 여러개 있다.
리츠칼튼은 이들 호텔보다 나중에 지어졌다.
후발로 들어서는 건물들은 색다른 외형과 장식으로 기존건물을 제압하고픈
욕구를 갖기 쉽다.
그래서 주변과 조화를 깨뜨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리츠칼튼 호텔은 연한 분홍빛 대리석과 단순하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주변환경을 배려했다.
고급호텔의 명성에 비하면 건물이 앉은 땅의 모양은 초라하다.
종횡고저차가 10m가 넘는 악지형이다.
그럼에도 그 건물은 기존지형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지 않고 들어서 있다.
오히려 점잖은 신사처럼 잘 다듬어져 있다.
자연에의 순응과 조심스런 인공적 변형이 금세 눈에 띈다.
리츠칼튼 호텔은 사각형과 삼각형이 사이좋게 붙어있는 형상이다.
그것은 설계사가 특별히 고안해낸 것은 아니다.
먼저 들어선 건물의 조망권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건축법적 제약사항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건물들은 이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도처에 있다.
리츠칼튼 호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제한을 능동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리츠칼튼 호텔의 상체부분 삼각형은 단순한 도형이 아니다.
삼각형 양변을 계단형식으로 처리했다.
이 계단형 외형처리는 건물의 단순함을 걷어내고 강렬한 역동성을 부여한다.
또 호텔내부에 멋진 공간을 선사한다.
외부 계단선들이 내부로 들어오면 발코니가 된다.
이 발코니는 밤낮으로 바뀌는 환상적인 도시경관을 안겨준다.
이곳은 그대로 스위트룸이 된다.
비좁고 옹색한 터에 들어선 리츠칼튼 호텔을 화려하게 살려내는 핵심포인트
는 대형 아뜨리움이다.
로비로 들어서면 지상 3층에서 지하 3층까지 원통형으로 뚫린 커다란 개방
공간이 보인다.
건물에 들어설때 느껴지기 쉬운 답답함이 전혀 없다.
이 공간은 리츠칼튼 호텔의 지형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도된
공간이다.
그런데도 도심에 위치한 호텔이 가질 수 있는 폐쇄성을 단숨에 극복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뜨리움의 맞은편 벽면에는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거대한 원통형 아뜨리움에는 높다란 기둥들이 주변을 감싸듯 둘러서 있다.
수직기둥과 수평조화를 이루며 에스컬레이터가 전면 노출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기둥과 에스컬레이터는 고유의 기능외에 절묘한 시각적 어울림을 연출한다.
아뜨리움을 거쳐 로비라운지로 들어서면 색다른 자연풍광을 만날 수 있다.
1층의 로비라운지는 여느 호텔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곳과 연결된 작은 정원은 로비라운지를 살려내는 요인이 된다.
이곳은 로비라운지에서 직접 통할 수 있도록 내외부가 연결됐다.
각종 야생화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나무와 수풀 사이로는 작은 오솔길이 서로 얽혀있다.
설계자의 인간적인 배려를 공감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리츠칼튼호텔의 공간구성에서 사소한 것 같지만 가치있는 곳은 또 있다.
입구부분이다.
이 건물은 대로변에 바짝 붙어 있다.
그래서 진입공간 처리를 잘못하면 호텔기능 전체를 망칠 수 있었다.
설계자는 출입구를 중앙에 두지 않고 좌측에 진입공간을, 우측에 출구공간을
각각 뒀다.
그리고 좌측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일부러 구불구불 길게 만들었다.
여기엔 깊은 의도가 숨어있다.
방문객들에게 잠시나마 산길을 드라이브 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
호텔의 주출입구에도 재미있는 "역사"가 있다.
원래 이 곳은 남서울 호텔의 보일러실이었다.
대형건물의 보일러실은 가장 후미진곳에 초라하게 위치한다.
그런 장소가 고급호텔의 주출입구로 변한 것이다.
이곳엔 단순한 변화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리츠칼튼 호텔이 그 악지형에서 현재의 고급호텔로 탄생하게 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진입로와 메인출구를 뛰어난 공간처리로 풀어냈기 때문에 지금의 리츠칼튼
호텔이 존재한다.
리츠칼튼호텔은 일반적인 호텔들과는 다른 다양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호텔이 갖는 기능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모든 것을 실내치장으로 때우고
싶어하는 충동을 자제했다.
외형에서부터 내부의 자잘한 공간에까지도 치밀한 조형미와 인간미가
담겨있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볼수록 즐거움이 묻어나는 건물이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건축명세 ]
<>설계 : 류춘수(이공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시공 : 두산건설
<>규모 : 대지면적 3,143평. 연면적 18,157평. 건축면적 1,250평. 지하7층
지상17층.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02
<>공사기간 : 1990~1995
<>구조설계 : 태경건축
<>인테리어 : INDESIGN.CA.USA.
<>조경설계 : EDAW.Inc.Sanfrancisco.CA.USA.
<>기계설비 : 우원설비연구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1일자 ).
고급호텔에서 흔히 느껴지는 위압감이 전혀 없다.
소박한 외모로 최고의 내용물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건축가는 건물이 도시의 찬란함과 마찰없이 어울리는데는 편안함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내면의 화려함을 조심스럽게 감추고 있는 단아한 모습이다.
리츠칼튼의 전신은 남서울 와싱톤호텔이다.
90년부터 5년간 증축을 통해 지금의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호텔이 자리잡은 곳은 강남 주요도로인 봉은사로변 언덕배기 정상이다.
이 부근엔 호텔들이 여러개 있다.
리츠칼튼은 이들 호텔보다 나중에 지어졌다.
후발로 들어서는 건물들은 색다른 외형과 장식으로 기존건물을 제압하고픈
욕구를 갖기 쉽다.
그래서 주변과 조화를 깨뜨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리츠칼튼 호텔은 연한 분홍빛 대리석과 단순하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주변환경을 배려했다.
고급호텔의 명성에 비하면 건물이 앉은 땅의 모양은 초라하다.
종횡고저차가 10m가 넘는 악지형이다.
그럼에도 그 건물은 기존지형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지 않고 들어서 있다.
오히려 점잖은 신사처럼 잘 다듬어져 있다.
자연에의 순응과 조심스런 인공적 변형이 금세 눈에 띈다.
리츠칼튼 호텔은 사각형과 삼각형이 사이좋게 붙어있는 형상이다.
그것은 설계사가 특별히 고안해낸 것은 아니다.
먼저 들어선 건물의 조망권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건축법적 제약사항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건물들은 이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도처에 있다.
리츠칼튼 호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제한을 능동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리츠칼튼 호텔의 상체부분 삼각형은 단순한 도형이 아니다.
삼각형 양변을 계단형식으로 처리했다.
이 계단형 외형처리는 건물의 단순함을 걷어내고 강렬한 역동성을 부여한다.
또 호텔내부에 멋진 공간을 선사한다.
외부 계단선들이 내부로 들어오면 발코니가 된다.
이 발코니는 밤낮으로 바뀌는 환상적인 도시경관을 안겨준다.
이곳은 그대로 스위트룸이 된다.
비좁고 옹색한 터에 들어선 리츠칼튼 호텔을 화려하게 살려내는 핵심포인트
는 대형 아뜨리움이다.
로비로 들어서면 지상 3층에서 지하 3층까지 원통형으로 뚫린 커다란 개방
공간이 보인다.
건물에 들어설때 느껴지기 쉬운 답답함이 전혀 없다.
이 공간은 리츠칼튼 호텔의 지형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도된
공간이다.
그런데도 도심에 위치한 호텔이 가질 수 있는 폐쇄성을 단숨에 극복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뜨리움의 맞은편 벽면에는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거대한 원통형 아뜨리움에는 높다란 기둥들이 주변을 감싸듯 둘러서 있다.
수직기둥과 수평조화를 이루며 에스컬레이터가 전면 노출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기둥과 에스컬레이터는 고유의 기능외에 절묘한 시각적 어울림을 연출한다.
아뜨리움을 거쳐 로비라운지로 들어서면 색다른 자연풍광을 만날 수 있다.
1층의 로비라운지는 여느 호텔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곳과 연결된 작은 정원은 로비라운지를 살려내는 요인이 된다.
이곳은 로비라운지에서 직접 통할 수 있도록 내외부가 연결됐다.
각종 야생화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나무와 수풀 사이로는 작은 오솔길이 서로 얽혀있다.
설계자의 인간적인 배려를 공감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리츠칼튼호텔의 공간구성에서 사소한 것 같지만 가치있는 곳은 또 있다.
입구부분이다.
이 건물은 대로변에 바짝 붙어 있다.
그래서 진입공간 처리를 잘못하면 호텔기능 전체를 망칠 수 있었다.
설계자는 출입구를 중앙에 두지 않고 좌측에 진입공간을, 우측에 출구공간을
각각 뒀다.
그리고 좌측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일부러 구불구불 길게 만들었다.
여기엔 깊은 의도가 숨어있다.
방문객들에게 잠시나마 산길을 드라이브 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
호텔의 주출입구에도 재미있는 "역사"가 있다.
원래 이 곳은 남서울 호텔의 보일러실이었다.
대형건물의 보일러실은 가장 후미진곳에 초라하게 위치한다.
그런 장소가 고급호텔의 주출입구로 변한 것이다.
이곳엔 단순한 변화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리츠칼튼 호텔이 그 악지형에서 현재의 고급호텔로 탄생하게 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진입로와 메인출구를 뛰어난 공간처리로 풀어냈기 때문에 지금의 리츠칼튼
호텔이 존재한다.
리츠칼튼호텔은 일반적인 호텔들과는 다른 다양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호텔이 갖는 기능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모든 것을 실내치장으로 때우고
싶어하는 충동을 자제했다.
외형에서부터 내부의 자잘한 공간에까지도 치밀한 조형미와 인간미가
담겨있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볼수록 즐거움이 묻어나는 건물이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건축명세 ]
<>설계 : 류춘수(이공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시공 : 두산건설
<>규모 : 대지면적 3,143평. 연면적 18,157평. 건축면적 1,250평. 지하7층
지상17층.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02
<>공사기간 : 1990~1995
<>구조설계 : 태경건축
<>인테리어 : INDESIGN.CA.USA.
<>조경설계 : EDAW.Inc.Sanfrancisco.CA.USA.
<>기계설비 : 우원설비연구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