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에서 김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1백년 전통의 코카콜라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벨기에에서 시작된 코카콜라 오염사건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영악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코카콜라에 치명타를 안겨줄
전망이다.

오염파동은 지난 9일 벨기에에서 시작됐다.

코카콜라 환타 스프라이트 등 이 회사 음료를 마신 학생 50여명이 복통과
구토 메스꺼움 등의 증세를 보인 것.

벨기에 정부는 즉각 코카콜라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벨기에서만 1백여명이 코카콜라를 마시고 쓰러졌다.

오염사건은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프랑스 등으로 확산, 이들 국가도
코카콜라 제품 판매를 금지했다.

코카콜라는 파문이 확산되자 오염원인을 공개하는 등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회사가 밝힌 오염원인은 "결함있는 이산화탄소"를 사용했고, 수송과정
에서 세균이 침투했다는 등 두가지.

제품.유통관리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었음을 실토했다.

회사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다른 지역 제품의 안전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 코카콜라 제품의 판매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는 일반적으로 위생에 하자가 발견되면 이를 회복하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전문가들은 올해 하절기 코카콜라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시장분석가인 에마뉴엘 골드만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았다는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번 파동으로 세계 음료시장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최근 수 년간 경영수지 악화에 시달려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백88억달러로 제로(0) 성장률을 기록했다.

순익은 14%가 줄어든 35억달러였다.

순익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져 지난 1.4분기 실적은 마이너스 13%였다.

지난 1년동안 코카콜라 주가는 약 25% 급락했다.

이 기간 미국 주가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세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낙폭이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경영 악화에 대해 "아시아 중남미 등 경제위기 지역의
수요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경쟁사인 펩시콜라와 비교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작년 펩시콜라의 매출액과 순익은 각각 7%,4%씩 증가했다.

코카콜라가 펩시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다 순한 콜라를 찾는 젊은층이 "콕(coke)" 대신 펩시를 고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카콜라는 지금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대우 혐의로 제소당해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계 입맛을 정복했다"고 자신하고 있는 코카콜라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