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인간의 몫이고 용서는 신의 몫"이라는 말이 있다.

신의 절대적인 능력을 나타내주는 말이다.

신기하게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든지 신화가 없는 곳은 없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너무나 약한 존재다.

그래서 절대자를 믿게 되고 그에 대한 존경을 표시함으로써 안심하게 되는
것일까.

인간은 아무리 애를 써도 어찌할 수 없는 것들(예를 들어 해나 달이나 날씨
등 자연현상)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따라서 옛날부터 인간들은 신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면서도 자연적인 현상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왔다.

감히 꿈꾸기도 힘들지만 "우리에게 자연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번쯤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소재가 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에서 인간이 날씨를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은 영화가 있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우선 날씨 하면 생각나는 영화로 최근 히트한 "트루먼 쇼(Truman Show)"가
있다.

트루먼 쇼는 한 사람의 삶이 자신만 모르는 가운데 TV로 생중계된다는
참신한 줄거리의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한 사람을 둘러싼 삶의 공간이 완벽한 TV 촬영장으로
재현된다.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내는 이 촬영장에 과연 고도의 과학 기술이 필요할까.

답은 "필요하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곳에 그런 기술이 사용되는 것일까.

상상하기도 힘든 해와 달, 바람과 구름, 비를 만들어 내는데 사용된다.

영화 안에서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스튜디오는 하나의 도시다.

이 도시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으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규모의 돔
(마치 천문대의 뚜껑이나 실내 경기장처럼 생긴)으로 덮여있다.

밤과 낮, 날씨는 스튜디오 안에서 제작팀이 제어한다.

태양이 만드는 밤과 낮은 이 도시에서는 조명기구로 만들어지고 바람은
거대한 선풍기 같은 도구로 만들어진다.

특히 영화에서 관객들을 놀라게 하면서도 재미있는 장면은 바로 달이
서치라이트였다는 게 밝혀지는 장면이다.

물론 영화 안에서는 구체적인 기구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제작자의 지시로 구름이 만들어지고 바다에 폭풍우까지 생긴다.

또 다른 영화로는 "어벤저"가 있다.

이 영화 주인공인 어거스트 윈터는 "8월 겨울"이라는 뜻으로 어려서부터
기상에 관심이 많은 집안에서 자라나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

그는 날씨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야심가
를 막는다.

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 미국 정부에서는 날씨를 통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기에 이 영화는 더 빛을 발했다.

첫 장면에 날씨 방어벽이 무너졌다고 외치는 부분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문득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과연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일들이 가능하게 될까.

핵발전 기술의 경우 아직은 실험중인 핵융합이 있는데 이는 태양속에서 이뤄
지는 반응과 동일한 반응을 응용한 것이다.

이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다면 인공태양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먼지 입자들을 중심으로 구름이 생성되는 원리를 이용해 구름 발생을
촉진하는 기술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은 실험단계에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정말 실용화된다면 인간은 날씨를 조절하는 놀라운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능력으로 요즘 많이 제기되는 식량 문제나 자연재해를 제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일이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랜 인류역사 속에 아직도 한계라고 생각되는 신의 영역인 자연조절이
과학이라는 마술사를 통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서 노스트라다무스가 신의 노기로 인한 지구멸망을 예언했는지 알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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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화동아리 은막 회장
(원자력공학과2년)
<>pania@cais.kaist.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