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가장 풍요로울 때는 삶이 초라하게만 보인다. 불평쟁이는 낙원
에서도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다. 황혼 빛은 부잣집 창문뿐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집 창문도 밝게 비춘다. 또한 초봄에는 가난한 자들의 집 앞 눈도
녹는다. 그대가 평온한 마음을 가지기만 한다면 거기서도 궁전에서처럼
즐겁고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17~62).

그의 문학과 사상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글 모음집 "소로우의 노래"(도서출판
이레)가 시인 강은교씨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이후 20여년만에 번역한 역작이다.

그는 소로우의 글을 번역하고 엮느라 3년을 앓았다고 한다.

이 책은 소로의 작품 중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만 골라 엮은 것.

하버드대학졸업 무렵에 쓴 "저널"을 비롯 "시민의 불복종" "케이프 코드" 등
깊이있는 저작들의 정수만 뽑았다.

문명의 병폐를 비판하고 자연속에서 맑은 심성으로 살아갈 것을 강조한
명문들이 가득 담겨 있다.

메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난 소로우는 대학 졸업후 28세 때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다.

그는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지만 생전에 출간한 책은 "콩코드강과 매리맥강
에서의 일주일" "월든" 두 권뿐이었다.

그나마 "콩코드강과 매리맥강에서의 일주일"은 초판 1천부 중에서 2백부
밖에 팔리지 못했다.

그 유명한 "월든"도 초판 2천부가 팔리는데 5년이 걸렸다.

"월든"은 그가 숲속 호숫가에서 자급자족하며 생활한 2년간의 기록이다.

그는 극도로 단순한 일상 속에서 낚시 수영 뱃놀이를 즐기며 노동과 자연,
사색의 결과를 간결한 문체로 표현했다.

사람들의 불행과 고통이 물질문명의 발전에서 비롯된다며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하고 실천한 지식인.

그는 물질적 욕망을 극복하고 오로지 자신의 노동과 주어진 환경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이 작품은 훨씬 뒤에야 빛을 봤다.

영국 시인 예이츠는 "한때 "월든"을 읽고 이니스프리 섬에서 소로우와 같은
생활을 해 보려는 야심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미국 작가 화이트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졸업장 대신 "월든"을 한 권씩 주어
내보내자"고 말했다.

소로는 자연주의 문학과 환경운동의 선구자였다.

연중 계속되는 사냥을 비판하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청어를 대신해서
댐 건설에 반대했다.

"불쌍한 청어여! 너는 비늘 갑옷을 입고 강어귀를 살피면서 오늘도 초라하게
바다를 떠돌고 있구나. 아마도 사람이 살지 않거나 공장이 들어서지 않은
곳을 찾아내긴 힘들리라. 적어도 나만은 너희들 편이다"

그는 또 "숲 자체에는 흥미가 없고 숲을 베어내려고만 하는" 도시 사람들을
꼬집으며 "땅을 사랑하여 그로부터 영감을 얻어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매일 보면서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아름다움이, 그
모양은 물론 색깔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지!"를 일깨워준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