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시장을 겨냥한 해외 메이저 로펌들의 대규모 한국 진출이
전개되고 있다.

또 이와함께 국내 로펌과의 전략적 제휴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짝짓기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2001년 변호사 시장개방을 앞두고 로펌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3일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민영화를 위한 법률고문 공개
입찰에 32개 해외 메이저및 국내 로펌이 응찰, 14개 업체가 우선협상 대상
으로 지정됐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베이커 앤드 매킨지를 비롯 16개 해외 로펌은 입찰조건
에 따라 세종 등 각기 다른 국내 16개 로펌과 제휴, 입찰서류를 제출했다.

한전은 현재 이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미국 로펌인 호간 앤드 하트슨과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호간은 국내 로펌 중 김신유와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세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영국의 클리포드 챈스는 한미와, 4위에 랭크된
프리힐 홀링데일 앤드 페이지는 태평양과 제휴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베이커 앤드 매킨지와 라이드 앤드 프리스트, 카메론 앤드 매케나와
링크레이터즈 앤드 페인즈 등 나머지 4개 로펌들도 우방과 율촌 등 국내
중형 로펌들과 함께 입찰에 참여했다.

최종 낙찰된 로펌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에 따라 발전소들을 5~6개 그룹
으로 나눠 발전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한전은 6월말까지 이들 중 한 곳과 용역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은 한전의 민영화와 관련해 이미 외국기업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며 쌍방대리를 이유로 응찰하지 않았다.

한전은 민영화 경험 유무 및 실적, 민영화 추진전략, 희망 수임가격 등
10여 가지 평가기준을 마련, 각 항목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5백점 만점으로
협상순위를 정했으며 변호사 숫자가 5백명 미만인 로펌은 검토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가스공사도 민영화 전 단계로 올해 중 1천5백억원의 증자를 추진키로
하고 법률자문을 맡을 로펌을 선정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내주 중 낼 계획
이다.

가스공사는 8월까지 주간사를 결정한다는 방침 아래 한전의 입찰방식과
마찬가지로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이 제휴, 공동 입찰토록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한전 입찰에 탈락한 영국의 덴튼 홀 등 외국 로펌들은 입찰서류
준비와 함께 법무법인 미래 등 제휴사를 찾기 위해 국내 로펌의 문을 노크
하고 있다.

1천억원의 해외증자를 맡을 로펌은 이미 독일의 슈뢰더와 일본의 다이와로
결정됐다.

이밖에 해외매각 방침이 결정된 담배인삼공사 역시 올해안으로 주간사 선정
과 함께 재산실사, 주식 해외매각 등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다룰 로펌을
선정할 계획이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공기업 민영화 시장은 외국 로펌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과 함께 국내외 로펌간의 업무제휴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기회"라며
"특히 중형 로펌들의 경우 법률시장 개방에 맞춰 단순한 업무 제휴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경우 국내 법률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외국 로펌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현재 "빅4"체제로 운영되는 국내 로펌업계의 지각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