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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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방한 기질을 타고난 조선조의 세조는 술에도 남달리 강했던 모양인지
종친이나 공신들을 대궐로 불러들여 술자리른 자주 베풀었다.
그리고는 그자리에 참석한 대신들의 취중언행을 살펴가며 자신에 대한
충성의 도를 가늠해보곤 했다.
그는 술이란 것이 사람의 속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하는 영약으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세조실록"을 보면 왕 앞에서의 실언으로 파직된 경력의 공신들이 의리로
많은 것에 놀라게 된다.
그중에서도 정인지는 당시 취중실언의 명수로 지목돼 있었다.
"부처를 좋아하니 나라를 하루라도 보전할 수 있겠느냐"고 세조를
공박했는가 하면 "연일 버티고 내게 지지않으려 한다"는 말도 서슴치 않고
내뱉았다.
또 어떤 자리에선 세조를 "너"라고 부르면서 "앞으로 네가 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지껄이기도 했다.
다음날 세조가 전날 밤 일을 물으면 대답은 항상 "취중에 일이라 기억에
없다"는 것이었다.
1459년 여름 영의정이었던 그는 내전에서 세조와 대작하다가 또한번
대취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의 실언으로 파직당해 한달동안 부여에서 귀양생활을
하는 신세가 된다.
그의 실언내용은 공식적으로는 기록할 수 조차 없이 심했던지 실록에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도 흥미롭다.
"취중실언은 논할 일이 못된다"고 정인지를 항상 용서했던 세조를 이처럼
노하게 한 것은 정말 실언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을까.
결국 한 달만에 세조는 분이 풀렸는지 정인지를 복직시켜 불러 올리고 만다.
대낮 폭탄주에 취해 "검찰이 조폐공사파업을 유도했다"는 발언을 했다가
면직당한 전 대검 공안부장의 발언내용이 큰 파문을 일으켜 국정조사까지
받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취중실언"이냐 "취중진담"이냐를 가려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발언자가 "취중에 일이라 전혀 기억에 없다"고 해도 못 믿을 형편인데
"와전된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으니 더 딱한 노릇이다.
"술이 머리에 들어가면 비밀이 밖으로 밀려나오게 된다"는 서양의 격언도
있다.
이제는 국정조사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2일자 ).
종친이나 공신들을 대궐로 불러들여 술자리른 자주 베풀었다.
그리고는 그자리에 참석한 대신들의 취중언행을 살펴가며 자신에 대한
충성의 도를 가늠해보곤 했다.
그는 술이란 것이 사람의 속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하는 영약으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세조실록"을 보면 왕 앞에서의 실언으로 파직된 경력의 공신들이 의리로
많은 것에 놀라게 된다.
그중에서도 정인지는 당시 취중실언의 명수로 지목돼 있었다.
"부처를 좋아하니 나라를 하루라도 보전할 수 있겠느냐"고 세조를
공박했는가 하면 "연일 버티고 내게 지지않으려 한다"는 말도 서슴치 않고
내뱉았다.
또 어떤 자리에선 세조를 "너"라고 부르면서 "앞으로 네가 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지껄이기도 했다.
다음날 세조가 전날 밤 일을 물으면 대답은 항상 "취중에 일이라 기억에
없다"는 것이었다.
1459년 여름 영의정이었던 그는 내전에서 세조와 대작하다가 또한번
대취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의 실언으로 파직당해 한달동안 부여에서 귀양생활을
하는 신세가 된다.
그의 실언내용은 공식적으로는 기록할 수 조차 없이 심했던지 실록에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도 흥미롭다.
"취중실언은 논할 일이 못된다"고 정인지를 항상 용서했던 세조를 이처럼
노하게 한 것은 정말 실언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을까.
결국 한 달만에 세조는 분이 풀렸는지 정인지를 복직시켜 불러 올리고 만다.
대낮 폭탄주에 취해 "검찰이 조폐공사파업을 유도했다"는 발언을 했다가
면직당한 전 대검 공안부장의 발언내용이 큰 파문을 일으켜 국정조사까지
받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취중실언"이냐 "취중진담"이냐를 가려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발언자가 "취중에 일이라 전혀 기억에 없다"고 해도 못 믿을 형편인데
"와전된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으니 더 딱한 노릇이다.
"술이 머리에 들어가면 비밀이 밖으로 밀려나오게 된다"는 서양의 격언도
있다.
이제는 국정조사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