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여파로 일본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미국과 유럽기업들이 공격적
으로 아시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노무라연구소는 최근 세계 4백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기업의 64%와 독일기업의 49%가 아시아지역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발표했다.

반면 일본기업 중에서는 20%만이 대아시아 투자확대를 추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미국과 유럽기업의 88%가
시장확대를 위해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일본기업의
경우엔 이 비율이 37%에 그쳤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미국 유럽 일본기업의 투자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기업의 경우 말레이시아에 대한 직접투자비중이 90년 5%에 불과했으나
98년에는 16%로 급증했다.

유럽기업들도 같은기간 태국에서의 직접투자비중을 17%에서 23%로 늘렸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비중도 15%에서 21%로 끌어올렸다.

반면 일본기업의 아시아지역 직접투자비중은 급락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일본기업 투자비중은 35%에서 25%, 인도네시아에서는
32%에서 17%로 낮아졌다.

98회계연도(97년4월~99년3월)에 일본기업의 대아시아 직접투자금액도
8천3백57억엔에 그쳐 97회계연도(1조4천9백억엔)보다 44%나 급감했다.

후지연구소는 일본기업들이 동아시아지역의 금융위기 여파로 이 지역 투자에
소극적인 반면 미국과 유럽기업들은 아시아 기업을 헐값에 인수합병(M&A)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수출입은행의 니시야마 요헤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장기간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일본기업들이 대규모 해외투자에 나설만한 여력을 상실한
것이 아시아지역의 투자주도권을 상실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연구소는 일본기업의 대아시아투자 관망세로 인해 이 지역에 대한
경제주도권이 미국과 유럽기업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