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고연방간 군사협정체결로 발칸반도에 70여일간
드리워졌던 짙은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나토와 유고연방은 세르비아의 코소보 철수, 국제평화유지군 진주와
알바니아계 난민의 귀환 등을 보장하는 군사협정을 체결해 코소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난민 귀향작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대통령을 비롯한 전범기소자들의 재판회부
문제도 걸림돌로 남아있다.


<>군사협정 합의 내용 =나토와 유고연방이 체결한 군사협정에 따르면 10일
날이 밝는대로 세르비아군은 코소보에서 철수한다.

우선 유고군 병력은 24시간안에 코소보 북부지역에서 세르비아 공화국내
다른 지역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철수한다.

나토는 일단 유고측이 이같은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확신하면
공습을 중단하게 된다.

이어 유엔 안보리에서 코소보 결의안이 통과되는 즉시 5만명의 국제평화
유지군이 코소보에 진주한다.

마이클 잭슨 마케도니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은 "이 협정으로 코소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평화군 파견의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세르비아군 철수가 확인되면 나토 공습이 즉각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나토와 유고 양측은 사실상 전쟁이 끝난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어 코소보사태가 더이상 확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고연방으로선 코소보에서의 철군 등 군사협정사항을 준수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폭이 그리 크지 않다.

지난 70여일간의 전쟁을 치른 결과 더이상 끌어봤자 얻을 게 없다는 계산도
크게 작용했다.

나토공습으로 이미 유고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일부에서는 경제상황이 20년정도 후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고측 대표인 스베토자르 마르야노비치 육군 참모 차장은 "전쟁은 끝났다"
며 "협상은 매우 어려웠으나 평화정책이 결국 승리했다"고 말했다.

나토측도 그동안 유고공습에 대한 국제적 비판여론이 드세지고 있어 사태를
서둘러 종결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유고측이 군사협정을 위반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은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철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공습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남은 과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코소보 결의안 통과
여부이다.

결의안이 통과돼야만 평화유지군이 배치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통과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걸림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선 공습 중단 후 코소보결의안 승인"을
주장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비쳐왔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비공식 채널을 통해 결의안 통과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만큼 결의안 통과에 낙관적이다.

85만명에 달하는 알바니아계 난민귀향 작전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잭슨 사령관은 "나토는 코소보 난민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기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난민 귀향 작전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소보 사태관련 전범기소자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나토는 유고 연방이 코소보내에서 자행한 전쟁범죄의 증거를 확보,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비롯한 전범 기소자들을 재판에 회부할 예정이어서
발칸반도에 영원한 평화가 정착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