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에 듣는다] 부채비율 200% 탄력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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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정부청사 1동 7층의 재정경제부 장관실.
시내에서 강연을 마치고 이제 막 돌아온 강봉균 장관은 숨돌릴 틈도 없이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린다.
"이 수석좀 연결시켜 주고 차관보랑 정책국장은 한시간 뒤에 들어오라고
해"
그 사이에도 집무실 밖의 대기실에는 대여섯명의 국과장들이 보고서류를
들고 모여든다.
강 장관의 일과는 이렇게 빡빡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골이 나서인지 별로 지치는 기색도 없다.
때문에 잠시의 짬을 내 기자들을 맞으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표정이다.
DJ노믹스 2기 경제팀의 선봉에 서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강 장관을 만나
개혁의 구상과 경제정책운용 방향을 들어봤다.
-----------------------------------------------------------------------
[ 만난 사람 = 박영균 < 경제부장 > ]
-여전히 분주하시군요.
숨좀 돌리시게 우선 편한 질문부터 드리지요.
마침 IMF체제에 들어간지 1년반이 됐으니 그간의 성과를 여쭤볼까요.
"지난 1년반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기간이었지요.
한자릿수 금리가 실현됐고 과거 10년간보다도 더 큰 폭의 대외개방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성과가 최근의 경기회복과 국가신용등급의 상승이겠지요.
이제부터는 21세기의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붕괴된 중산층을
복원하는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요즘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빅딜을 두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하던데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려면 과학적
으로 지적해야 합니다.
빅딜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재계였어요.
그런데 속도가 너무 느려 정재계 회의를 통해 정부가 나선 겁니다.
구조조정은 세계 모든 나라가 다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속도와 강도지요.
다른 나라보다 빨리,강도높게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또 정부의 시장개입은 특정기업에 대한 호불호를 가질 때만 문제가 됩니다.
현정부는 특정기업을 편애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 될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한생명 입찰에 한화는 받아주고 LG는 배제한 근거는 뭔가요.
"LG를 포함한 5대 그룹들은 현재도 너무 많은 영역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업을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엄청난 부실을 안고 있는 대한생명을 인수한다는 것은
개혁의 원래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이에비해 한화는 그동안 구조조정을 착실히 이행했습니다.
그렇다고 한화가 인수해야 옳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장관께서는 연내에 재벌개혁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이후의 대재벌 정책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합니다.
"지난 30년간 재벌에 대해서는 특혜도 많았고 제재도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행태가 없어져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재벌이란 용어가 없어질 때 재벌개혁이 완성된다고 봅니다.
재벌들이 중견기업들처럼 전문화된 몇개의 사업으로 분화되면 그렇게
되겠지요.
올 연말이 그 고비입니다.
30대 그룹 지정제도나 여신규제 등의 제도도 그때가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요"
-금융기관의 소유구조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실 생각입니까.
"은행의 동일인 지분한도(4%)를 폐지하려면 우선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데
따른 부작용이 해소돼야 합니다.
대한생명의 예처럼 계열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게임의 룰이 새롭게 정립돼야지요.
따라서 주인있는 은행을 만들어야 할지는 좀더 논의가 필요할 겁니다"
-재계에서는 5대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는데요.
"부채비율 2백%는 계열전체의 부채비율을 의미합니다.
종합상사나 건설회사 등은 현실적으로 2백%를 맞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도 개별기업별로는 조정이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재무구조개선 일정이 너무 촉박한 것은 아닙니까.
"시한이 없는 이행계획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시한을 못지키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기업은 정부도 기다려 준다는
방침입니다.
반도체 빅딜협상이 바로 그런 경웁니다.
앞으로도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과 진지한 자세를 보여 준다면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의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매각대금을 몇푼 더 받으려다가 소탐대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구매자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보겠지요.
물론 두 은행을 외국인에게 우선적으로 팔겠다는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결국은 주인을 찾아줄 겁니다.
그러나 가격은 제대로 받아야죠.
또 국민은행이나 한빛은행같은 다른 금융기관에 투자한 외국자본과의
형평도 고려해야 합니다"
-경기문제로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최근의 경기회복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 얘기좀 들어보라고
하세요.
올해의 경기회복은 작년에 5.8%나 마이너스 성장한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요인이 큰 것 아닙니까.
만약 이 정도가 안됐으면 국민들의 고통이 더 컸을 거예요"
-주식시장이 너무 과열된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가가 급상승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저금리지요.
수십년간 두자릿수의 금리를 경험해온 투자자들로서는 금리가 한자리수로
내려가니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이는게 당연합니다.
둘째는 기업의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입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고 합작투자를 하는 것이 단적인 증거지요.
물론 현재의 주가상승에 약간의 투기적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우리가 수십년간 고대한게 "국제수준의 금리"였습니다.
앞으로도 이 수준이 지속돼야 합니다.
관건은 물가지요.
저금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3% 이내의 물가를 항구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나갈 거구요"
-해외의 돌출변수도 문제입니다.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중국경제가 금방 위축되지는 않을 겁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70년대와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한번 성장에 발동이 걸리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위안화의 움직임은 항상 주시해야 겠지요"
-갑자기 시야를 넓히는 감이 있지만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성장엔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 부장도 혹시 구시대적으로 생각하는거 아닌가요(웃음).
이제는 과거처럼 제조업, 설비투자 등을 염두에 두면 안됩니다.
향후 2,3년간은 세계적인 과잉설비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특정업종이 한국경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할 수 없지요.
미국의 경우는 이미 제조업이 사실상 없어진 거나 다름없습니다.
대신 정보화에 대한 투자 등이 많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경제정책조정회의 고정멤버에서 실물부처를 제외한 이유는 뭔가요.
"수시회의를 갖기로 한 것은 회의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산업자원부를 수시회의 멤버로 넣으면 건교부나 정통부 등 여타
부처에서도 들어오겠다고 할테고 이렇게 되면 효율적 진행이 안될 것
아닙니까.
실물부처는 필요할 때마다 참석하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최근 재경부의 국과장 인사를 두고 뒷말이 많던데요.
(목소리가 높아지며)
"잘 모르고들 하는 소리예요.
연공서열만 따져 어쩌자는 얘깁니까.
지금은 관료주의를 벗어나야 하는 변혁의 시기입니다.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은 완전히 뜯어고칠 계획입니다.
기획원 사람들을 우대했다고 하는 것도 사실과 달라요.
1급 승진을 재무부 사람(이영회 기획관리실장)이 했고 총무과장도 재무부
사람(이승우)을 앉혔는데 무슨 재무부 차별입니까"
-그런 취지라면 정책부서 업무에도 아웃소싱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아이디어군요.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직종간, 민관간, 부처간 칸막이가 너무 많은게
문제예요.
이 칸막이가 사라져야 합니다.
사람은 아웃소싱 못하더라도 민간의 기능은 도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때 재경부장관을 아주 오래하실 생각이라고 했는데.
"내년 총선을 의식하지 않고 일하겠다는 뜻으로 한 얘깁니다.
흔히들 총선이 끝나면 개각을 생각하는데 미리부터 그렇게 타임 호라이즌
(시간 지평선)을 잡으면 정책을 펼 수가 없지요.
적어도 3년이상은 책임진다는 장기구상이 필요합니다.
공직을 끝낸 후에는 남북한간 경제관계를 연구할 생각입니다.
요즘은 바빠 얼굴을 못내밀지만 북한경제연구회라는 모임에 감투도 쓰고
있지요"
< 정리=임혁 기자 limhyu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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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봉균 재경 ''인물 분석'' ]
강봉균 장관은 의외로 단순하고 고지식한 면이 있다.
70년대초 워싱턴으로 첫 출장때의 일이다.
중간 기착지인 LA공항에 내려보니 다른 승객들은 저마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한데 비행기 삯을 빼고 강 사무관의 주머니에 남은 돈은 단돈 30달러.
고민끝에 그냥 식사를 거르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LA공항에서의 식사는 무료제공이었다.
그가 배우자를 고른 사연도 지극히 단순하다.
사무관 시절 선을 몇차례 봤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제일 큰 하자는 "일을 핑계로" 약속시간에 늦게
나타난 것.
그런데 지금의 부인이 된 서혜원씨는 1시간이나 늦었는데도 꽃다발까지
들고 기다리더라는 것이다.
감동한 강 사무관은 그 자리에서 결심을 굳혔다.
강 장관은 또 매우 직설적이다.
그래서 사귀기 힘들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기획원 차관보 시절 1급회의를 주재했을 때의 "사건"이다.
당시 경기과열이 우려되는데도 건설부 차관보가 계속 주택건설 확대를
주장하자 강 차관보가 한마디 핀잔을 줬다.
"건설부는 업자들 대변인이요"
이런 직설적 성격은 그의 장점인 추진력의 또다른 표현이라는게 강 장관에
대한 주변인들의 해석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
시내에서 강연을 마치고 이제 막 돌아온 강봉균 장관은 숨돌릴 틈도 없이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린다.
"이 수석좀 연결시켜 주고 차관보랑 정책국장은 한시간 뒤에 들어오라고
해"
그 사이에도 집무실 밖의 대기실에는 대여섯명의 국과장들이 보고서류를
들고 모여든다.
강 장관의 일과는 이렇게 빡빡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골이 나서인지 별로 지치는 기색도 없다.
때문에 잠시의 짬을 내 기자들을 맞으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표정이다.
DJ노믹스 2기 경제팀의 선봉에 서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강 장관을 만나
개혁의 구상과 경제정책운용 방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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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박영균 < 경제부장 > ]
-여전히 분주하시군요.
숨좀 돌리시게 우선 편한 질문부터 드리지요.
마침 IMF체제에 들어간지 1년반이 됐으니 그간의 성과를 여쭤볼까요.
"지난 1년반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기간이었지요.
한자릿수 금리가 실현됐고 과거 10년간보다도 더 큰 폭의 대외개방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성과가 최근의 경기회복과 국가신용등급의 상승이겠지요.
이제부터는 21세기의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붕괴된 중산층을
복원하는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요즘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빅딜을 두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하던데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려면 과학적
으로 지적해야 합니다.
빅딜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재계였어요.
그런데 속도가 너무 느려 정재계 회의를 통해 정부가 나선 겁니다.
구조조정은 세계 모든 나라가 다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속도와 강도지요.
다른 나라보다 빨리,강도높게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또 정부의 시장개입은 특정기업에 대한 호불호를 가질 때만 문제가 됩니다.
현정부는 특정기업을 편애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 될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한생명 입찰에 한화는 받아주고 LG는 배제한 근거는 뭔가요.
"LG를 포함한 5대 그룹들은 현재도 너무 많은 영역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업을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엄청난 부실을 안고 있는 대한생명을 인수한다는 것은
개혁의 원래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이에비해 한화는 그동안 구조조정을 착실히 이행했습니다.
그렇다고 한화가 인수해야 옳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장관께서는 연내에 재벌개혁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이후의 대재벌 정책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합니다.
"지난 30년간 재벌에 대해서는 특혜도 많았고 제재도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행태가 없어져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재벌이란 용어가 없어질 때 재벌개혁이 완성된다고 봅니다.
재벌들이 중견기업들처럼 전문화된 몇개의 사업으로 분화되면 그렇게
되겠지요.
올 연말이 그 고비입니다.
30대 그룹 지정제도나 여신규제 등의 제도도 그때가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요"
-금융기관의 소유구조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실 생각입니까.
"은행의 동일인 지분한도(4%)를 폐지하려면 우선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데
따른 부작용이 해소돼야 합니다.
대한생명의 예처럼 계열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게임의 룰이 새롭게 정립돼야지요.
따라서 주인있는 은행을 만들어야 할지는 좀더 논의가 필요할 겁니다"
-재계에서는 5대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는데요.
"부채비율 2백%는 계열전체의 부채비율을 의미합니다.
종합상사나 건설회사 등은 현실적으로 2백%를 맞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도 개별기업별로는 조정이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재무구조개선 일정이 너무 촉박한 것은 아닙니까.
"시한이 없는 이행계획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시한을 못지키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기업은 정부도 기다려 준다는
방침입니다.
반도체 빅딜협상이 바로 그런 경웁니다.
앞으로도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과 진지한 자세를 보여 준다면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의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매각대금을 몇푼 더 받으려다가 소탐대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구매자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보겠지요.
물론 두 은행을 외국인에게 우선적으로 팔겠다는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결국은 주인을 찾아줄 겁니다.
그러나 가격은 제대로 받아야죠.
또 국민은행이나 한빛은행같은 다른 금융기관에 투자한 외국자본과의
형평도 고려해야 합니다"
-경기문제로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최근의 경기회복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 얘기좀 들어보라고
하세요.
올해의 경기회복은 작년에 5.8%나 마이너스 성장한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요인이 큰 것 아닙니까.
만약 이 정도가 안됐으면 국민들의 고통이 더 컸을 거예요"
-주식시장이 너무 과열된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가가 급상승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저금리지요.
수십년간 두자릿수의 금리를 경험해온 투자자들로서는 금리가 한자리수로
내려가니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이는게 당연합니다.
둘째는 기업의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입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고 합작투자를 하는 것이 단적인 증거지요.
물론 현재의 주가상승에 약간의 투기적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우리가 수십년간 고대한게 "국제수준의 금리"였습니다.
앞으로도 이 수준이 지속돼야 합니다.
관건은 물가지요.
저금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3% 이내의 물가를 항구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나갈 거구요"
-해외의 돌출변수도 문제입니다.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중국경제가 금방 위축되지는 않을 겁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70년대와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한번 성장에 발동이 걸리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위안화의 움직임은 항상 주시해야 겠지요"
-갑자기 시야를 넓히는 감이 있지만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성장엔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 부장도 혹시 구시대적으로 생각하는거 아닌가요(웃음).
이제는 과거처럼 제조업, 설비투자 등을 염두에 두면 안됩니다.
향후 2,3년간은 세계적인 과잉설비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특정업종이 한국경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할 수 없지요.
미국의 경우는 이미 제조업이 사실상 없어진 거나 다름없습니다.
대신 정보화에 대한 투자 등이 많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경제정책조정회의 고정멤버에서 실물부처를 제외한 이유는 뭔가요.
"수시회의를 갖기로 한 것은 회의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산업자원부를 수시회의 멤버로 넣으면 건교부나 정통부 등 여타
부처에서도 들어오겠다고 할테고 이렇게 되면 효율적 진행이 안될 것
아닙니까.
실물부처는 필요할 때마다 참석하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최근 재경부의 국과장 인사를 두고 뒷말이 많던데요.
(목소리가 높아지며)
"잘 모르고들 하는 소리예요.
연공서열만 따져 어쩌자는 얘깁니까.
지금은 관료주의를 벗어나야 하는 변혁의 시기입니다.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은 완전히 뜯어고칠 계획입니다.
기획원 사람들을 우대했다고 하는 것도 사실과 달라요.
1급 승진을 재무부 사람(이영회 기획관리실장)이 했고 총무과장도 재무부
사람(이승우)을 앉혔는데 무슨 재무부 차별입니까"
-그런 취지라면 정책부서 업무에도 아웃소싱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아이디어군요.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직종간, 민관간, 부처간 칸막이가 너무 많은게
문제예요.
이 칸막이가 사라져야 합니다.
사람은 아웃소싱 못하더라도 민간의 기능은 도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때 재경부장관을 아주 오래하실 생각이라고 했는데.
"내년 총선을 의식하지 않고 일하겠다는 뜻으로 한 얘깁니다.
흔히들 총선이 끝나면 개각을 생각하는데 미리부터 그렇게 타임 호라이즌
(시간 지평선)을 잡으면 정책을 펼 수가 없지요.
적어도 3년이상은 책임진다는 장기구상이 필요합니다.
공직을 끝낸 후에는 남북한간 경제관계를 연구할 생각입니다.
요즘은 바빠 얼굴을 못내밀지만 북한경제연구회라는 모임에 감투도 쓰고
있지요"
< 정리=임혁 기자 limhyu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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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봉균 재경 ''인물 분석'' ]
강봉균 장관은 의외로 단순하고 고지식한 면이 있다.
70년대초 워싱턴으로 첫 출장때의 일이다.
중간 기착지인 LA공항에 내려보니 다른 승객들은 저마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한데 비행기 삯을 빼고 강 사무관의 주머니에 남은 돈은 단돈 30달러.
고민끝에 그냥 식사를 거르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LA공항에서의 식사는 무료제공이었다.
그가 배우자를 고른 사연도 지극히 단순하다.
사무관 시절 선을 몇차례 봤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제일 큰 하자는 "일을 핑계로" 약속시간에 늦게
나타난 것.
그런데 지금의 부인이 된 서혜원씨는 1시간이나 늦었는데도 꽃다발까지
들고 기다리더라는 것이다.
감동한 강 사무관은 그 자리에서 결심을 굳혔다.
강 장관은 또 매우 직설적이다.
그래서 사귀기 힘들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기획원 차관보 시절 1급회의를 주재했을 때의 "사건"이다.
당시 경기과열이 우려되는데도 건설부 차관보가 계속 주택건설 확대를
주장하자 강 차관보가 한마디 핀잔을 줬다.
"건설부는 업자들 대변인이요"
이런 직설적 성격은 그의 장점인 추진력의 또다른 표현이라는게 강 장관에
대한 주변인들의 해석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