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투자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투자의 핵심인 기계류설비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투자의 질적인 내용에 문제가 많아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일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관건, 설비투자 확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설비투자증가(12.9%)는 작년의 극심한 부진(마이너스
38.5%)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특히 투자의 핵심인 기계류 설비투자증가(3.8%)는 소비증가율(5.0%)이나
경제성장률(4.6%)에 비추어 턱없이 미흡한 수준으로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엔
이른 것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소는 "외환위기 이전인 71-96년간 경제성장률이 8.1%, 소비증가율이
6.9%이었을 때 기계류 투자증가율은 성장률의 2배를 넘는 16.9%를 기록했다"
고 지적하고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4.6%)이 상승세로 이어지기 위해선
기계류 투자증가율이 10%는 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97년 이후 설비투자는 경쟁국과 비교해서도 극히 낮은 수준인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주력업종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대만과 일본은 지난 97~99년 고정투자
누적증가율이 각각 27.0%와 마이너스 18.1%를 기록하고 중국의 고정투자
증가율은 38.8%로 예상됐다.

이에 반해 한국의 고정투자증가율은 마이너스 29%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소는 "미국의 구조조정 성공과 일본의 실패가 투자의 질적인 내용에서
결판났다"면서 한국으로선 새로운 설비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조성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경우 산업주력을 정보통신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작년에는 이 분야의 경제성장기여율이 14.7%로 급증했다.

반면 일본은 기존업종의 구조조정 대신 생산조절을 시도한 결과 장기불황에
빠져들었다.

이에 비추어 한국의 기계류설비투자 등이 부진한 것은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주력업종의 시설투자가 이미 일단락된데다 구조조정 지연으로 기업들이
신규투자에 소극적이고 재무구조 개선압력으로 인해 설비투자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