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단순한 하등동물일지라도 기본 구성인자인 세포들간의 신호체계는
복잡다기합니다. 생물학적 현상을 두고 복잡계(complexity system)나 혼돈
(chaos) 등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생물학적
현상의 보편적인 패턴을 밝혀내는 것은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입니다"

고려대 이경진(35.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중 하나로
꼽히는 생물학적인 "비선형-비평형 다체계"를 연구중이다.

이 가운데서도 그가 요즘 주목하고 있는 쪽은 생물학적인 뇌 신경망의 동적
특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사업의 하나로 "생물학적
단순 신경망 이해"라는 과제를 맡아 총괄하고 있다.

이 과제는 인체의 신경망이 가지는 복잡한 전산기능의 원리를 규명해 내는
것이다.

"수많은 뉴런세포로 구성된 신경망의 패턴을 분석해 내는 것은 곧 인간의
뇌가 갖는 정보처리 능력이나 메커니즘을 수치화해 내는 것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마이크로 머시닝이라는 첨단 공학기술과 생물학적 기술이 접목된
신경망 칩의 개발로 이어집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연구가 좀더 진척되면 기존의 정적인 인공 신경망의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차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의 개발로
까지 나아가 컴퓨터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얘기고 또 여기에는 물리학뿐 아니라 전자공학
기계학 등 여러 학문분야간의 접목이 필요하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신경망칩의 개념이 일반화되면 정상적인 뇌조직과 병리적인 뇌조직의
차이를 분석해 치료약물 선택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경망
칩을 특정한 뇌조직과 결합시키면 뇌기능에 대한 인위적인 조절이 가능해
정신질환 등의 장애도 치료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교수는 학부과정때부터 미국에서 공부했다.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던중 "선진 학문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에 1학년을
마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노스이스턴대에서 물리 수학을 복수전공했고 텍사스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비선형 동력학"을 주제로 쓴 박사학위 논문은 94년 세계 저명의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에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비선형 동력학 연구는 국내에서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학문분야로
선진국 못지않게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모이는 국제 학술대회가 오는 7월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이같은 상황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 교수는 7월7일부터 10일까지 고려대에서 열리는 "비평형 문양형성에
관한 국제 워크숍"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