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에서 부러운 것이 있다. 선거가 2년마다 정기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 4년 중임제다. 대통령 선거 2년 후에 바로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미국민은 2년 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해 의회 권력을 야당에 줄지 또는 여당에 줄지를 선거를 통해 결정한다. 그리고 또 2년 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미국민이 대통령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지 아니면 대통령을 새로 바꿀지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2년마다 선거가 있으니 미국 정당들은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선거를 의식해 정책 대결에 집중한다. 2년마다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잘 실현한다.한국은 어떠한가. 국회의원은 4년마다, 대통령은 5년마다 선거가 있어 주기가 맞지 않는다. 어떤 때는 국민이 1년 만에 투표에 참여해야 하고, 어떤 때는 또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야당이 소수당일 경우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이나 장외투쟁 같은 비정상적 입법활동을 하기도 하고, 야당이 다수당일 경우엔 국정의 발목을 잡고 정부 예산안을 막거나 탄핵을 남발하기도 한다.지난주 한국은 큰 혼란과 위기를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거취를 여당에 일임했고, 한동훈 여당 대표는 대통령을 직무배제하고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이 한국 민주정치를 발전시킬 계기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다.1987년 민주화 때는 대통령 직선제에 흥분한 나머지 선거 주기를 맞추는 부분은 아무도 신경 쓰지 못했다. 깊은 고민 없이 당시 대통령을 꿈꾸던 3김이 모두 동의하면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눈부신 경제 성장에 비해 한국 민주정치가 계속 불안정하고 교육개혁, 연
“첫 번째 투자 원칙은 국장(國場)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다.” 한 대학생에게 이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 격언을 빗댄 표현이다. ‘국장 탈출’은 나이순이라고도 했다. 요즘 주식을 안 하는 MZ세대는 있어도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MZ는 없다고 전했다. 지난주 만난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도 “국내 주식·채권에 100억원 이상 투자하는 60대 고객이 최근 버티다 못해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다.국내 증시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에 이어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해외 증시로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 5일 1097억3200만달러(약 157조45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680억2300만달러)보다 61.3% 급증했다.국내 증시에 대한 실망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대비 11.1%, 코스닥지수는 27.6%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021년 6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내리막길이다. 코스닥시장은 4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S&P500지수는 올해 50번 넘게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27.7% 급등했다.국내 증시의 이런 흐름은 1990년대 초반 자산 거품 붕괴 후 20년간 조정기를 겪은 ‘잃어버린 20년, 일본 증시’를 연상하게 한다. 요즘 한국 경제 여건은 당시 일본과 너무나 흡사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989년 12월 29일 최고가(38,915.87)를 찍은 뒤 저점을 낮춰가며 2008년 10월 27일
은행은 오랫동안 대면(對面)산업의 대명사였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은행업이 시작된 이후 은행원을 만나지 않고 서비스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이 돼서다.은행원은 예나 지금이나 선망의 직업이다. 은행이 면허사업이어서 대체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높은 급여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졸과 고졸 직군을 나눠 뽑을 때 특히 고졸 직군에선 성적 우수 학생이 주로 입행했다. 대졸이라 하더라도 고졸이 맡는 영업점 창구를 거치는 것은 필수였다. 출납, 예·적금, 카드, 가계대출, 종합상담 등의 업무를 익혔다. 고졸 창구 여직원도 실적이 뛰어나면 승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창구 직원이든 본점 간부든 은행에 종사하면 모두 은행원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창구 직원을 텔러(teller)로 칭하며 뱅커(banker)와 구분하는 것과는 다르다.은행원을 만나지 않고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 것은 출금과 입금 순이었다. 1975년 현금자동지급기(CD·cash dispenser)가 도입됐고 1980년대 중반엔 현금자동입출금기(ATM·automated teller machine)가 널리 퍼졌다. 1990년대 중반 콜센터가 구축됐고 1999년부터는 인터넷뱅킹이 시작돼 굳이 창구에 가지 않더라도 상당수 업무를 처리하는 게 가능해졌다. 국내에서 아예 은행을 가지 않아도 되는 금융서비스는 2017년 카카오뱅크가 설립되고 나서다.이제는 은행원 업무를 인공지능(AI)이 대체하는 흐름이다. 어제 금융위원회가 생성형 AI 기반의 AI 은행원 허용을 발표했다. 지난 8월 금융사 내부 전산망과 외부망 분리를 강제하는 규제를 완화한 뒤 후속 조치다. 외부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상담과 정보 제공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