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광명으로 민족의 대화합을"

분단 이후 최초의 불교 법회가 북한 땅에서 열렸다.

지난 2~5일 "민족의 화합과 나눔을 위한 불교도 금강산 순례"에 나선 남한
불교 지도자와 신도들은 3일 오전 금강산 신계사 터에서 법회를 갖고 통일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원했다.

신계사터 3층석탑 앞에서 열린 법회는 탑돌이와 삼귀의례 반야심경 법어
사홍서원 통일기원발원문봉독 등의 순서로 30여분간 진행됐다.

고산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겸 조계종 총무원장은 이날 법어를 통해 "분단 후
북녘에서 처음으로 법회를 가져 무척이나 감격스럽다"며 "동족이 화합해
이땅에 불국토를 건설하고 세계평화에도 이바지하자"고 강조했다.

신계사에서 득도한 효봉스님의 제자 보성(순천 송광사 방장) 스님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깊은 감회를 억누르지 못하고 풀밭에 덥썩 업드려 합장배례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신도들도 반야심경을 함께 독송하며 민족의 영산에서 처음 갖는 법회에
감격스러워 했다.

아내 맏딸과 함께 참석한 이영(58.다이몽 엔지니어.청주시 분평동)씨는
"남측 불자끼리만 법회를 가진 게 안타깝다"면서 "북측 스님과 신도들도 함께
참여하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계사는 장안사 표훈사 유점사와 더불어 금강산 4대 명찰로 꼽히던 대가람.

북한의 국보유적 제95호.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불타 지금은 상륜부가 손상된 삼층석탑과 일부 부도만
남아 있다.

남한 불교계는 1년전부터 신계사터 복원계획을 추진해 왔다.

금강산 문화유적복원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법타 외)가 지난해 6월 신계사
복원방침을 정한 뒤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 금강산 관광사업자인 현대와 이
문제를 논의하는 중이다.

금강산 순례단은 2일 동해항을 떠난 직후 "민족화해와 평화통일기원
방생대법회"를 금강호 선상에서 갖고 바다 장어와 거북을 방생했다.

석가모니 금동좌상과 오존 괘불도 점안식도 봉행했다.

불교계는 오는 8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불교도 만남을 통해
불상과 탱화를 북한에 직접 전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금강산 순례에는 승려 4백여명과 불교신자 7백명 등 1천1백여명이
참여했다.

법등 조계종 중앙종회의장과 성초 진각종 통리원장, 홍파 관음종 총무원장,
총지화 총지종 통리원장, 지성 태고종 총무부장 등 불교 범종단 지도자들이
모처럼 "한 배"를 타고 성지를 다녀왔다.

장전항에 정박중인 둘쨋날 밤에는 김병조 장미화 김영임 김혜연 등 불자
연예인들이 축하공연을 펼쳤고 금강호를 통째로 제공한 현대측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북측은 공개적인 종교행사를 자제해줄 것을 요구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아직도 분단의 벽이 높은 것을 실감케 했다.

< 금강산=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