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7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발 외신기사 하나가 전세계 패션인들을
더할 나위 없는 슬픔에 잠기게 했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한가로이 휴가를 보내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가
괴한이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지아니 베르사체의 돌연한 죽음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지안 프랑코 페레등
이탈리아출신 디자이너 세사람이 세계 패션업계를 주도하던 이른바 "3G시대"
(세사람 이름의 영문이니셜 첫자)가 막을 내렸음을 뜻했으며 20세기 패션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지아니 베르사체는 지난 46년 12월 2일 이탈리아 남부의 소도시 카라브리아
에서 태어났다.

의상실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때부터 뛰어난 패션감각을 익힌
그는 만 20세가 되면서 패션업계에 정식 입문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의 인기 브랜드 제니, 컴플리체, 칼라한등에 디자인을
제공하는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7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독특한 패션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베르사체는 저격으로 사망하기전까지 패션계를 이끄는 최고의 거장으로 군림
했다.

패션가 사람들은 베르사체 하면 조각을 연상케 하는 드라마틱한 분위기와
이를 통해 신체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삶에 대한 정열을 심어준 디자이너
로 기억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의상은 "입는 사람의 도전을 기다리는 감각적인 옷" 또는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적 신화를 만들어가는 독특함이 있는 옷"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또 브랜드 로고인 메두사(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머리카락이 뱀으로
되어있고 보는 이들을 돌로 만드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처럼 관능적이며
감성적이라는 평가도 듣고 있다.

베르사체는 사업가로 성공한 몇 안되는 디자이너중 한 사람이었다.

정확한 고객 타깃층 분석에 바탕을 둔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창출함으로써
항상 톱브랜드의 중심에 섰다.

베르사체 왕국은 지아니 베르사체외 모두 8개의 서브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유럽 귀족과 같은 최상류층을 겨냥한 오트쿠틔르 라인 아틀리에 베르사체가
상위 브랜드이다.

그 다음은 주력 브랜드인 지아니 베르사체.

남성과 여성복이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과 소비자 타깃에 따라 블랙라벨과
화이트라벨로 나뉜다.

블랙라벨은 상류층을 위한 옷으로 중년층이 주요 고객이고 값이 저렴한
화이트라벨은 젊은 고객의 취향에 맞다.

이보다 대중화된 여성복과 남성복 브랜드로는 이스탄테와 베르사체 클래식이
있다.

틈새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도 있다.

소비자 대상을 넓혀 빅사이즈의 중년 부인을 대상으로 한 베르사틸레와 20대
젊은이를 상대로 한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베르수스가 그 것이다.

특히 베르수스는 대항 또는 도전이라는 의미의 브랜드네임에 걸맞게
베르사체 왕국에 제 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줬다.

이밖에도 청바지 전문 베르사체 진과 베르사체 스포츠등이 있다.

이들은 소비자 타깃에 따라 컨셉트의 차이가 크지만 화려한 원색 컬러와
패널무늬등을 이용한 베르사체 특유의 고유성은 잃지 않고 있다.

한국시장에는 95년부터 지현통상이 직수입 판매하고 있다.

현대, 갤러리아 백화점 등에서 영업중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