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간의 베이징 차관급회담 합의는 북한이 ''남북대화의 틀''에 들어오게
됐음을 의미한다.

남북관계가 "대화없는 대립"에서 "대화를 통한 화해와 협력"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남북한은 특히 예비접촉을 통해 차관급 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하고, 차관급
회담을 하반기의 고위당국자간 대화로 연계시킨다는데 사실상 합의했다.

이와함께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분야별 공동위원회도 가동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향후 회담의 진전 정도에 따라 장관급 총리급 회담의 성사를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차관급 회담이 "향후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김대중 대통령)을
이루는 "징검다리"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어느때보다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차관급 회담의 공식 의제로 이산가족문제가 결정된 것은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당국자들이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공식적 해결과정"의 틀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측은 예비접촉을
통해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생사확인 대상자의 명단 확인,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면회소 설치 등
시범적 조치도 병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 차관급 회담 방식 =우리 정부는 지난해 비료회담의 결렬을 교훈삼아
비료지원문제는 예비접촉에서 우선 해결하고 차관급 회담에선 이산가족
문제만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상호주의의 탄력적 적용이며 "선공후득(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다)"의
지혜를 발휘한 셈이다.

북한에 지원되는 비료 20만톤(6백억원)은 차관급 회담 이전에 10만톤이
우선 지원되고 7월말까지 추가로 10만t이 지원된다.

회담 이전에 비료를 미리 지원키로 한데는 북한의 파종기(5월~6월)도
고려했다.

여기에 대한적십자사의 대북비료 지원규모 5만톤을 합하면 총 25만톤
정도의 비료가 올해 지원되는 셈이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